[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역배우로 데뷔해 어느덧 성인 연기자로 성장했다. 이제는 각 작품에서 폭 넓은 연기로 아역 이미지를 점차 지워나가고 있는 배우 이세영이 리메이크 사극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연기 변신을 꾀했다.
이세영은 최근 종영한 tvN ‘왕이 된 남자’에서 중궁전의 주인, 내명부의 수장, 이헌(여진구)의 부인 유소운 역을 맡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조선 중기,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이세영 [사진=프레인TPC] |
“아직 끝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아요. 이 작품을 반년 정도 준비하면서 서운으로 살았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 비해 공허함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리고 하선이(여진구)가 많이 그리워요(웃음). 시청자들의 너무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은 덕분에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촬영한 것도 처음이라 느낌이 남다르고요. 개인적으로 소운이는 최고로 애정하는 캐릭터에요.”
‘왕이 된 남자’는 조선 중기가 배경이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 중에서 여성 캐릭터는 능동적이기보다 수동적인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세영이 맡은 유소운은 조금 달랐다.
“조선시대임에도 수동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남자 주인공처럼 상대방에게 끝없는 믿음과 응원을 보내는 인물이었죠. 아무래도 직진 캐릭터라서 멋있게 느껴졌어요. 또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솔직하고, 숨김이라곤 전혀 없죠. 하하. 그런 부분들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이세영이 극중에서 맡은 인물은 솔직한 스타일이지만,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시대적 배경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이세영 [사진=프레인TPC] |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소운이가 극중에서 중전이에요. 그래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너무 컸어요. 감정에 있어서 극과 극을 오가는데 중전이기 때문에 지조를 지켜야 했거든요.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삭혀야 했고, 해맑게 웃지도 못해서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도 중간 이후부터는 저와 소운이가 동일시 돼서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초반이 힘들었죠.”
이 작품은 영화의 가장 큰 틀은 그대로 가져왔다. 무능력한 왕 이헌이 자기와 꼭 닮은 광대 하선을 왕의 자리에 앉혀 대신 정권을 보게 한다는 점이 그렇다. 이세영은 1인 2역을 펼치는 여진구와 호흡을 맞춘 이야기도 들려줬다.
“계속해서 성격이 달라지는 인물을 받아줘야 했어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김희원 감독님하고 상의를 많이 했어요. 연기 포인트는 (여)진구 씨가 가지고 있으니까, 저는 묵묵히 받아주는 연기만 하면 됐어요. 연기를 하면서 개연성과 감정이 잡힌 것 같아요. 1인 2역을 상대하면서 느낀 건, 소운이가 정말 불쌍하다는 거예요. 소운이의 감정선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다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는 이세영에게 ‘왕이 된 남자’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그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에 임하면서 부족하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어요. 한편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 부족함을 채워주신 동료 배우와 선배, 감독님이 계셔서 더할 나위 없이 축복이었죠. 정말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저는 어제보단 오늘이, 지금이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에 지금 제 인생작은 ‘왕이 된 남자’에요. 제 이미지를 지금은 ‘국민 중전’으로 남기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