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성장 둔화 침체 가능성 높아...오는 6월 ECB 새 총재 관심
프랑스·핀란드 출신 후보 유력...바이트만 총재 될 경우 시장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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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자가 아직 선정되지 않아 장기 침체에 대비할 여력이 충분한가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로존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차기 ECB 총재는 새로운 충격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여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지난 13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로렌스 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경제학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할 뿐 아니라 무역 긴장감도 팽배한 상황"이라며 "ECB가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으며 재정적, 구조적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치적 위험이 초래하는 갑작스러운 충격이 닥쳤을 때 민첩히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유로존 전역에서 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경기 침체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곳곳에선 유로존이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눈덩이 부채의 악순환에 갇힐 거라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8일 ING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단기 금리와 통화정책, 여기에 인구구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2013년 가시화된 유로존의 '일본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ECB는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사상 최저금리인 0% 금리를 올해 말 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재시행하겠다며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드라기 총재가 ECB 총재직을 맡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가 일부 작용했다. 당시 ECB 총재직은 당시 악셀 베버 독일 분데스방크(연방은행) 총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그리스 국가 부도 사태로 촉발된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때 악셀 베버와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 입안자들의 견해 차이가 커지면서, 당시 ECB 총재였던 베버는 장클로드 트리셰 자리를 승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연방은행 총재직을 사임했다.
이것이 드라기 총재에게 기회가 됐다. 당시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였던 그는 ECB 총재직을 차지했다. 골드만 삭스와 이탈리아 재무부에서의 경험은 드라기 총재가 시장과 정치의 작용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고 FT는 분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 ECB 차기 총재 누가 될까...핀란드·프랑스 출신 후보 유력
현재까지 차기 ECB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프랑스와 핀란드 출신 각 2명, 독일인 1명으로 총 5명이다.
독일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FT는 분데스방크 총재는 드라기 총재의 '무엇이든 하겠다' 식의 정책을 거부한 유일한 인물이며, 아직 그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어 그가 총재직에 오를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FT는 드라기 총재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독일의 바이트만 총재보다는 프랑스와 핀란드 출신 후보들이 ECB내에서 더 안전한 베팅으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출신 후보는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와 드라기 총재의 오른팔로 꼽히는 브누아 쾨레 ECB 이사다. 핀란드 출신 후보로는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와 그의 전임 총재인 에르키 리카넨도 차기 총재가 거론된다.
최종 결정은 6월 20~21일 열리는 유럽 각국들의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드라기 총재 측근은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임명을 통제하는 것이 향후 ECB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회 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전망 및 기타 선택권을 제시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재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프랫은 오는 6월 임기가 종료된다. 드라기 총재는 그와 함께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인 경제학자 필립 레인을 차기 수석 이코노미스트 후보로 추천했다.
◆ ECB 차기 총재, 정책 여력 충분치 않아...포워드 가이던스 강화해야
FT는 차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을 완전히 재편할 수는 없으며, 연준과 영란은행과 같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미리 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뜻으로, 유로존의 차입 비용이 낮고, 아직까지 신용공급이 상당하다는 등 통화 정책과 관련한 강력한 메세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을 포함한다.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며 통화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를 줬다. 드라기 총재는 올 여름까지 현 수준의 초 저금리(0%)를 유지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적어도 올해 말'까지로 수정했다.
ECB는 또 자산매입프로그램을 통해 상환되는 모든 자금을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해 말로 2조6000억 유로 규모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드라기 총재는 임기 말기를 금리 인상으로 마무리하기를 바랐을 지 모르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경기 하방 리스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그는 향후 발생할 경기 침체 상황에 대비해 통화정책 여지를 충분히 남기지 못한 채 떠날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자산운용 리처드 바웰 거시연구실장은 "드라기 총재는 통화 기적을 행했지만 그가 확보한 정책 여력은 대부분 소모됐다"며 "시장은 차기 ECB 총재가 ECB 권한을 수행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 경기 부양책을 고안해 경기 침체기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