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은 새로운 경기 부양책이 유로존의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고 경기 하방 요인을 제거하는 데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미국 경제 매체 CNBC가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한층 심화된 비둘기파적 논조로 시장을 놀래켰다. 경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고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재시행하겠다며 경기 부양에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사상 최저금리인 현행 0%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회의에서 올해 여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연장한 것이다.
경제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가 3개월 만에 1.7%에서 1.1%로 하향됐으며,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1.6%에서 1.2%로 조정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ING 은행의 카르스텐 브젠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ECB의 조치는 그렇게 크게 놀랍지는 않았는데 발표 시기가 놀라웠다"고 적었다. 그는 "이번 발표는 요행수를 바라고 하는 도박같은 측면이 있다. ECB가 말하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유로존 경기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CNBC는 드라기 총재가 ECB의 새 부양책이 유로존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7일 금리 결정 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 회견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브렉시트 등 지정학적 위험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부양책이 확실히 유로존 경제 회복력을 증가시킬 것임은 알고있으나, 실제로 그들은 유로존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요소들을 나머지 세계에서 다룰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ING는 ECB의 기본 시나리오 전망이 여전히 점진적인 회복을 보고있고 2020년과 2021년 전망치도 거의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에 패닉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은 지난해 4분기 최근 4년래 가장 낮은 성장 속도를 보였다. 가장 최근의 제조업 데이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미중 무역 관세, 신흥시장 약세라는 환경에서 경기 모멘텀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JP모간자산운용의 틸만 갤러 펀드매니저는 "경기 호전을 위한 내부 촉매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유로존 경기 전망을 개선하기 위해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반등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숀 엑시오마(Axioma) 전무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국가 경기 침체를 고려했을 때 ECB가 이번 경기 주기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