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선 北 부장, 극비리 모스크바 방문 주목
김정은, 푸틴 만나 북미 협상 사전조율할 듯
美 전문가 "미국에 강경하게 나갈지 논의할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외교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임박설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의전'을 담당하는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김 위원장 입장으로선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상수 기자. |
미국 행정부 고위관료들은 최근 잇따라 북한의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북 온건파였던 비건 대북담당 특별대표조차 강경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못지 않게 북한의 포괄적 비핵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내세운 영변 핵시설 폐기 만으로는 미국이 대북재제 완화 등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 시점에서 김 위원장은 왜 전통적 우방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방문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외교가의 한 고위인사는 "미중무역전쟁이 상당히 눈에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지금 시점에선 북한을 제대로 도울 형편이 안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한 경제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러시아와 교류를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전문가들도 북한의 고립 탈피를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 북·러 간 경제 협력과 한반도 평화·안전보장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러시아 상원대표단도 지난 16일 북·러 경제문화협력 협정 체결 70주년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 21일까지 양국간 경제, 문화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당국 간 접촉을 늘렸다.
자유아시아방송(VOA)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북·러 접촉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탈피하고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레그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북한이 모스크바와 평양 간 새로운 교류와 접촉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며 "이 것은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을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진스키 교수는 또 "러시아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대화 지속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것은 꽤 괜찮은 조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접촉해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고스 국장은 또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맞서는데 필요한 안정감 확보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갈지 여부를 두고 사전에 러시아와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데이빗 새터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의 경제적 도움을 확보해 미국의 대북 제재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