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소란죄 적용...최대 7년형 가능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이끈 9명의 지도자가 홍콩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홍콩 웨스트카우룽(西九龍) 법원은 9일(현지시간) 찬킨만(陳健民·60) 홍콩중문대 교수, 베니 타이(戴耀延·54) 홍콩대 교수, 추이우밍(朱耀明·75) 목사 등 이른바 ‘오큐파이 트리오’에 대해 '공중방교죄'(公衆妨攪罪·공공소란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 3인은 2013년 ‘오큐파이 센트럴’(도심을 점령하라) 운동을 이끌어 2014년 우산 혁명 시위를 촉발시킨 장본인들이다.
이후 우산 혁명에 적극 가담한 전 입법회의원(국회의원)인 타냐찬(陳淑莊·47), 시우카춘(邵家臻·49), 리윙탓(李永達·63) 등도 역시 공중방교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학생 운동을 이끈 토미 청(張秀賢·26) 전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대학학생회 연합체) 등 학생 운동가 3인에 대해서도 법정은 유죄를 선고했다.
홍콩 우산혁명 지도자들이 9일(현지시간) 법정에 도착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검찰 측은 이들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규모 시위대를 동원해 도심의 주요 도로를 봉쇄하는 등 공공질서에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시위가 이어진 3개월 간 대중이 큰 혼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최루가스 발사로 인해 대규모 군중이 한 곳으로 몰린 것이며, 피고인들은 모호한 혐의로 기소돼 단순히 불법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처벌을 받게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내린 조니 찬 판사는 “홍콩은 부당한 질서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의 개념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피고인들의 혐의를 무효화할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아직 형량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BBC는 오큐파이 트리오인 찬킨만, 베니 타이, 추이우밍 등이 최대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판결이 이뤄진 이날 웨스트카우룽 법원 밖에서는 홍콩 민주화 단체와 시민들이 우산 혁명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베니 타이 교수는 법정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홍콩 법원이 중국을 의식해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며 연이어 비난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홍콩 법원이 끔찍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앞으로 평화로운 활동가들이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선례가 남았다. 이는 홍콩의 표현의 자유를 한층 억압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콩 엠네스티는 “오늘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에 심각한 일격을 가한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사법권을 남용해 우산 혁명 참가자들을 모호한 혐의로 기소하고 잔인한 박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우산 혁명은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를 앞두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승인한 후보들만 출마하도록 규정하며 반중(反中) 인사의 입후보를 제한하자, 홍콩 학생들과 시민들이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2014년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벌인 민주화 시위다.
당시 10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79일 간 홍콩 도심의 주요 도로가 봉쇄됐으며, 시위 연루자 200명 이상이 기소됐고 이들 중 상당수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위대가 우산을 펼쳐 들고 최루가스와 최루액을 막아 선 모습을 보고 서방 언론이 ‘우산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국 2017년 선거에서 행정장관은 직선제로 당선되지 못했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을 촉발하고 중국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모순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
법정 밖에서 우산혁명 지도자들을 지지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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