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는 가운데 새롭게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에는 미국과 EU.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버스를 겨냥, 유럽 제품에 11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트윗을 통해 밝힌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U는 즉각 보복 관세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고,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대륙 사이에 무역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압박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조금 제도를 둘러싼 양측의 분쟁은 14년에 걸쳐 이어진 해묵은 쟁점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에 대한 상대편의 보조금이 불법적이고, 자국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움직임과 에어버스 보조금이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주장에 대해 EU 측은 부당한 행위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미국에 보복 관세로 강경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대응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보잉을 포함한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데 본격 착수했다는 얘기다.
이날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유럽의 산업재 관세 인하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28개 국가는 미국과 산업재 관세 인하하기 위한 협상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11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실제로 강행할 경우 불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미국과 EU가 대립각을 세우며 지난해 중국과 같은 관세 전면전을 벌일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3.3%로 낮춰 잡았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가 미국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저치로 후퇴하게 된다.
브렉시트 리스크와 함께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무역 마찰이 지구촌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복병이라는 것이 IMF의 주장이다.
투자자들은 강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독일을 필두로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했고, 뉴욕증시 역시 블루칩이 1% 이내로 밀리는 등 주요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자리잡으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0.3% 오름세를 나타냈고, 미국과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각각 2bp(1bp=0.01%포인트)와 4bp 가량 하락했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캐런 캐배너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관세 협박이 금융시장을 흔들었다”며 “가뜩이나 1분기 실적 전망이 흐린 가운데 이번 소식은 커다란 악재”라고 주장했다.
CMC 마켓의 데이비드 메이든 애널리스트도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이 유럽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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