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트럼프, 2시간 백악관 정상회담
북미 중재 적극 설득에도 트럼프와 이견 노출 우려
[워싱턴=뉴스핌]김근철 특파원·채송무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남북 경협 등 제재 완화와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등에 대해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및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승부수를 다시 던졌지만 중재를 이끌 동력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여 동안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미 간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도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 대통령은 이 밖에도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 맞교환 방식을 고집하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또는 ‘굿 이너프딜(꽤 괜찮은 협상)’ 등 한국의 중재 방안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한미 양 정상이 우리 정부의 중재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많은 대화를 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취재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 방안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빠른 과정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것은 한단계씩 가야 한다”면서 “빨리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빨리 진행된다면 적절한 합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3차 북미 정상회담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조치로 언급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하겠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재 완화로 북한과의 협상을 촉진하자는 구상에 대해서도 “현재는 제재가 필요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또 “스몰딜도 일어날 수 있다. 단계적인 조치를 밟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빅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을 ‘존경’하게 됐다면서 북한과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기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한 식량 등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미국이 요구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빅딜 수용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이 기대했던 한국 정부의 중재안에 힘을 실어주거나 긍정적인 평가는 끝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CNN 방송은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존경한다는 말을 썼지만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카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으로부터 한국의 중재안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김 위원장을 설득할 명분과 동력도 약해진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를 자처하며 적극 중재를 모색했던 문 대통령의 입지가 상당히 좁혀질 수 있다는 지적이 워싱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