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대형마트의 하락세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태 중에 유일하게 매출이 역신장하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마트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성장률 7.6%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대형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3.1%로 모든 유통채널 중에 유일하게 역신장했다.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이 기간 각각 0.5%, 1.1% 소폭 성장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핌] |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이 온라인채널 성장에 맞서 역마진을 감수하며 출혈경쟁이 펼치고 있지만 구조적 수요 감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은 올해 들어 공격적인 최저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초저가 전략에 발맞춰 지난 1월부터 '국민가격' 행사를 열고 경쟁업체보다 단위 가격을 낮춘 할인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롯데마트도 이마트·쿠팡과 비교해 하루 한번 최저가로 가격을 설정하는 ‘극한가격’으로 맞불을 놨다. 홈플러스 역시 창립기념을 앞세워 연초부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쳤다.
그러나 이 같은 출혈경쟁도 매출 반등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세(-3.1%)는 지난해(–2.3%) 대비 확대됐다.
지난달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온라인으로 쏠리면서 의류(-11.5%), 가정생활(-4.8%), 잡화(-12.1%) 등 비식품 부분 매출이 4.1%나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28.4%에 달했던 대형마트의 업태별 매출 구성비도 올해 1분기에는 21.1%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무려 42%로 급증하며 소비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확연히 옮겨갔다.
대형마트의 강점이던 신선식품 역시 온라인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할인점 핵심 카테고리인 신선식품이 지난해 처음으로 역신장했다"며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사업자들이 가공식품에서 신선식품까지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할인점 업태의 구조적 침체와 정부의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각 대형마트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이 불가피해졌다. 이마트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은 3조703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6% 감소했다. 특히 초저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할인점 기존점 매출은 1.8% 역신장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거둔 대형마트는 연초부터 가격 경쟁이 불을 붙이며 내심 실적 반등도 기대했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구매 상품을 계산하고 있다.[사진=뉴스핌] |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격 저가 정책으로 고객수는 늘었지만 객단가 하락은 지속되는 추세”라며 “올해 1분기 프로모션 및 저마진 상품 비중 상승으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유통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가격을 앞세운 온라인과의 정면 승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업효율화 작업과 보유자산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대형마트는 온라인 침투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매출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만한 성장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실적부진 점포에 대한 수익구조 개선이나 비용절감 작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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