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특혜 논란 우려 등으로 인수전 참여 꺼려
7월 본입찰 유찰 가능성도…분리매각 검토할 수도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국내 2위 항공사이자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를 보유해 알짜로 평가받던 아시아나항공의 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그룹들이 대부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을 빼면서 연내 매각 불발 우려와 분리 매각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 CJ, 한화, 롯데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그룹들이 연이어 인수의향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롯데그룹 역시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인수할 마음이 100%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앞서 역시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SK그룹과 CJ그룹 등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비용 부담·특혜 논란 우려 등으로 인수전 참여 꺼려
주요 그룹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 일단 투입해야 할 자금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인수하는데만 1조원 후반에서 2조원 초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로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조원이 넘는 차입금 중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할 경우 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항공업은 정부의 허가 산업이라는 점에서 자칫 특혜 의혹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대기업집단들의 몸을 사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재계에서는 주요 그룹들의 경우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보다 특혜 논란이 더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규 항공사 선정이나 노선 배분 등이 있을 때마다 특혜 논란은 빠지지 않고 발생했다. 특히 올해 신규 LCC 선정과 몽골·중국 노선 배분에서도 특혜 논란이 거셌다. 이런 상황에서 2위 항공사이자 LCC 2개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사모펀드로의 매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있는 기업들도 일단 사모펀드가 인수해 기업정상화를 시킨 후 되팔 때 인수하는 것을 노릴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이 경우 특혜 논란이나 부실 등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모펀드라고 해서 항공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일단 사모펀드라서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며 "항공사업법상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이거나 외국법인, 그리고 외국인에 의한 사실상 지배 등이 결격사유로, 이런 부분에 해당하는 펀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외국계 사모펀드가 아니라면 인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허가나 유가 등 외생변수에 의해 실적이 크게 변하는 항공업체의 대주주가 되려는 사모펀드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는 단기에 정상화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받고 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항공업의 경우 정부 정책이나 대외 관계 등에 따른 변수가 크고, 현재 국내 항공산업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7월 본입찰 유찰 가능성도…분리매각 검토할 수도
항공업계와 투자업계 등에서는 분리매각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는 전망이 많다. 채권단은 당초 일괄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분리매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동걸 KDB사업은행 회장은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생각한 구도에서 만든 것으로 판단했기에 가능하면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면서도 매각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매각도 협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분리매각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계열사들을 따로 파는 것이다. 일단 인수 금액이 낮아지면서 후보군이 넓어질 수 있다. 또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이 먼저 매각될 경우 해당 자금이 아시아나항공으로 들어와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체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을 한꺼번에 살 경우 분명 사업 시너지는 높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일괄매각의 경우 후보자가 제한되고 그들마저 모두 피하고 있기 때문에 7월 본입찰에서 유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 경우 채권단은 분리매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 봤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