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규제 환경 조사대상 54개국 중 38위...美·日·中 보다 낮은 순위
[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신산업 진입 부진의 이유로 기득권 저항, 포지티브 규제, 소극 행정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22일 '미국·일본·EU 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신사업분야의 대표 규제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는 조사대상 54개국 중 한국이 38번째로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신산업의 진입이 가장 용이하다고 평가받은 국가는 대만이었다. 그 외 미국이 13위, 일본이 21위, 중국이 23위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의료, 바이오, ICT, 금융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의 △기득권 저항 △포지티브 규제 △소극행정 등을 진입장벽으로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19.05.21 alwaysame@newspim.com |
대한상의는 신산업 진입장벽 중 가장 먼저 '기득권 저항'을 지적하며 △원격의료 금지 △차량공유 금지 △각종 전문자격사 저항 등을 예로 들었다. 대한상의는 이로 인해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기존 사업자의 반대가 있으면 신산업은 허용되지 않고 신규 사업자는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득권의 반대가 극심한 분야로 의료분야를 꼽았다.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됐고 중국에서도 텐센트·바이두 등의 ICT 기업들이 원격의료를 접목한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십수년째 시범사업만 시행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득권 저항에 의해 진입 자체를 막거나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법만 하더라도 기득권층의 반대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로 20년째 시범사업만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도 "규제개혁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등 기득권의 반발이 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개혁여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정한 뒤에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관계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상의는 포지티브 규제를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혁신활동을 보장하는 해외 여러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로 혁신활동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검사 항목 규제, 금융혁신, 숙박공유 등이 포지티브 규제의 한계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정한 것만 허용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 하에서는 기업은 일을 벌이기가 힘들고, 혁신기업 출현도 요원할 것"이라며 "중국 등 경쟁국이 규제 않는 분야에선 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KDI 규제센터장은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검사항목 확대를 위한 규제특례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선 상당히 부족하다"며 "건별 심사를 통해 샌드박스에서 승인 받은 사업만 가능하도록 한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으론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공무원들의 소극행정 또한 신산업 진입의 규제장벽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대한상의는 "기업인들이 느끼기에는 해외 공무원들은 규제완화를 돈 안드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보는 반면, 우리나라 공무원은 규제강화를 돈 안 드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보는 인식차가 존재한다"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도 각종 행정 편의주의, 규제 의존증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 앞에 번번이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과 포지티브 규제, 소극 행정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아닌 혁신을 규제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탈규제 원칙 하에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기득권을 걷어내고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규제 개혁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적극행정이 제도화됐으나 문제 발생 이후의 소명과 면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공무원들이 문제 되는 규제를 스스로 발견해 없앨 수 있는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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