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가습기살균제 OEM 제조업체 전 대표 첫 공판
전 직원 “특별히 원료 유해성 인식 못 했다”
김 전 대표 “원료물질 유해성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처벌 가능”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의 하청사 전직 임원이 인체에 유해한 위험표시를 보고 제품을 제조했으면서도, 유해성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가습기 살균제 납품업체 김모 필러물산 전 대표와 공장장 김모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로부터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원료를 납품받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애경산업에 납품한 업체다.
이날 재판에는 1997년부터 2010년 무렵까지 필러물산의 전반적인 생산 관리 업무를 맡았던 전 영업부장 장모 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04.25 alwaysame@newspim.com |
장 씨는 “당시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는 원료는 20kg 용량의 플라스틱 통에 담겨 들어왔고 거기에는 위험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며 “위험표시는 통상적으로 있어 해당 원료가 소비자에게 위해성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특별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당시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그런데도 위험성 인식을 못 했는가’ 등 재차 묻자 “원료가 몸에 닿으면 위험하니 안전용 장갑을 끼고 제품을 생산했다”며 “가습기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 원료에는 통상 위험표시가 있었고 김 전 대표나 이마트나 애경으로부터 안정성 실험을 했냐는 문의는 들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필러물산은 납품업체일 뿐 실제 발주업체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으로부터 제조물질이 무엇인지 통보받지 못했다”며 “이마트 PB상품도 납품 준비는 했지만 실제 납품까지 됐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표 측 역시 유해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을 처벌하려면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CMIT·MIT 유해성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나 환경부 보고서만으로는 아직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CMIT·MIT 등에 대한 과학적 인과관계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또 8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가리는 한편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을 비롯해 피해자들을 진단한 의료인, 피해자들의 가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올해 초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 CMIT와 MIT 등 물질의 유해성이 일부 입증됐다는 독성실험 연구 자료를 제출받아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2월20일 김 전 대표에 대한 구속기소를 시작으로 같은 달 27일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를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기소했다.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홍지호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23일에는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등 임원 3명과 SK이노베이션 직원 1명이 ‘가습기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근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대표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4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