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홍콩 거리가 최루탄으로 뒤덮인 가운데 비즈니스 엑소더스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범죄인을 인도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가운데 홍콩에 중국 및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거점을 둔 외국계 컨설팅 업계와 금융권, 그 밖에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동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것.
중국 정부를 의식한 기업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직접 나서기를 꺼리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홍콩의 법률 시스템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비즈니스 여건 악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사무소를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격화되며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하자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운용 자산 930억달러 규모의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과격 시위로 인해 이번주 계획하고 있던 이벤트를 줄줄이 연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지 부동산 개발 업체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가 사회적 동요와 경제적 불안정을 앞세워 14억달러 규모의 부지 입찰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법안 개정 움직임은 국내외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경영자와 투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머디 워터스 캐피탈의 카슨 블록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서구는 중국의 홍콩화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실상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이 개정되면 홍콩 행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펄 프릿지 파트너스의 앤드류 설리반 이사도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상당수의 미국인 경영자들이 비즈니스 거점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경찰에 벽돌을 던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리마베라 캐피탈 그룹의 프레드 후 대표는 NYT와 인터뷰에서 “금융권과 기업들은 법안 개정이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에 일으킬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적인 사법 시스템과 개인의 자유가 흔들리면 투자자 신뢰가 크게 실추되는 한편 국제 금융 및 상업 허브로서 홍콩의 입지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독일 정치권에서도 법안 개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범죄인 인도 법안이 중국과 홍콩의 이른바 일국양제의 존속을 위협하는 신호라는 주장이다.
지난 수 십 년간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기업들까지 홍콩을 근간으로 비즈니스와 금융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홍콩의 정치적,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복병이 될 전망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호 펑 황 교수는 “법안이 개정될 경우 국제 비즈니스에서 홍콩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1992년 제정된 미국-홍콩 정책법 역시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콩을 중국과 구별되는 독립체로 간주, 무역과 경제 연결고리를 형성하도록 한 법안이 효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과격한 시위가 벌어진 홍콩 중심가의 은행 영업점이 무기한 폐쇄됐고, 그 밖에 의류를 포함한 각종 소매 업계와 음식, 호텔도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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