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중심주의 한계 명확"..수사 과정서 인권침해 당하기도
"마약은 퇴치의 대상이지만, 사람은 회복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약물중독회복연대(회복연대)가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마약 중독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회복연대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마약 중독 치료·재활 예산을 확충하고 처벌 위주의 마약 중독 정책을 회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마약 사용자들이 중독으로부터 회복에 이르는 시스템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회복은 사회에서 격리된 별도의 공간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중독자들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삶을 강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처벌중심의 마약 정책에 대한 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성봉기자] |
그러면서 “각종 취업 제한은 물론 기존의 직장이 있어도 마약으로 경찰에 입건만 돼도 해고되기 일쑤”라며 “사회에서 격리되는 순간 중독자는 회복의 가장 나쁜 조건에 놓이게 되고 다시 중독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처벌 일변도의 마약 정책은 마약 문제를 고민해온 서구권 국가들 사이에서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고 있다”며 “단적인 예로, 포르투갈은 2001년 단순투약자의 경우 행정처분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중독자가 스스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재활 촉진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들은 포르투갈의 사례를 연구하고 비슷한 정책의 도입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약 문제를 먼저 맞닥뜨린 서구 사회의 발전적 흐름과는 한창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복연대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배정한 마약 중독자 치료 보호 예산은 40% 넘게 줄어 연간 2억4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마약 중독자 치료 기관인 전국 22개 병원에 제때 지급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들은 “현재 수사기관은 개인의 마약 투약 사실을 회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조건으로 회유해 제3자의 수사에 강제 동원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 역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권침해 관행을 개선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중독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회복연대는 이날 마약 중독자 정책에 대한 정부의 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