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회의론에 경기 한파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유럽 주변국 채권으로 뭉칫돈이 몰려 관심을 끌고 있다.
정크 등급에 손바뀜이 지극히 제한적인 그리스 채권이 뜨거운 투자 열기 속에 연초 이후 2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아이슬란드 채권도 인기몰이다.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주요국의 무역 마찰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동시에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이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 채권시장이 올들어 20%를 웃도는 고수익률을 창출, 유로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스 경제가 벼랑 끝 위기를 벗어났지만 국제 신용평가사가 채권을 여전히 투기등급으로 분류하고 있고, 시장 유동성 역시 결핍됐지만 리스크를 감내한 베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2% 내외에서 거래, 마이너스 0.4%까지 떨어진 독일에 비해 상대적인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부채 위기 당시 한 때 44%까지 치솟으며 패닉을 연출했던 국채 수익률은 크게 안정됐고, 지난해 여름 구제금융 프로그램 졸업에 이어 올해 1월 그리스는 25억율 규모의 5년 만기 국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또 지난 3월에는 9년만에 처음으로 10년 만기 신디케이트론을 발행, 투자자 신뢰를 확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2019년과 2020년 그리스 경제가 2%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주말 조기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한편 시장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 역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런던 소재 알게브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알버토 갈로 머니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경제가 위기 상황을 벗어난 데 이어 이번 총선 결과가 경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 채권 역시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끓어올랐다. 공격적인 ‘사자’가 밀려 들면서 지난해 11월 6.0%를 웃돌았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 4.0%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산 규모 상위 3개 대형 은행이 무너지는 등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던 아이슬란드는 어업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실물경기가 살아나는 한편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튼 반체의 에릭 스타인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경제가 위기를 벗어난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 마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며 “때문에 향후 성장은 물론이고 금융시장 역시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투자자들은 지난 2011년 GDP의 80%에 달했던 아이슬란드의 부채 규모가 29%까지 축소된 데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