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지구 내 탄약고 있다..개발 부적절"
"주민 토지 수용시 보상가 높게 해 달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진행 중이다, 계획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민들에게 할 수 있는 대답이 이게 전부입니까. 국토교통부에서 아무도 공청회에 안 온 이유가 뭡니까. 공청회에서 나온 질문은 국토부에서 다 답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3기 신도시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공청회 진행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 질문에 대한 LH 측 답변이 불충분한 데다 답변을 해줄 수 있는 기관인 국토부에서 참석자가 없다는 것에 비판이 쏟아졌다.
12일 오후 2시 인천 계양구청 6층 대강당에서 열린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공청회'에서 한 주민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김성수 기자] |
12일 오후 2시 인천 계양구청 6층 대강당에서는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공청회'가 열렸다.
환경영향평가 관련 용역을 맡은 이산의 원종선 전무는 준비한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기반으로 △개발기본계획의 개요 △목적 및 추진경위 △지구계 결정사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설명했다.
원종선 전무가 15분간 준비한 설명을 끝내자 박원형 LH 사업영향평가단 차장이 공청회 주요질의 및 조치계획에 대해 다시 15분간 설명했다. 이어 주민 측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측 토론이 진행됐다.
단상에는 주재자 정찬교 수원대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주민대책위원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측 담당자들이 좌우로 나눠 앉았다. 주민 측 의견 진술자로는 장경필 원주민대책위원회 총괄 사무국장, 당현증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환용 원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김홍석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4명이 자리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측 담당자로는 박원형 LH 사업영향평가단 차장, 지구계획을 담당하는 김태달 LH 인천지역본부 단장, 환경영향평가 관련 용역을 맡은 이산의 원종선 전무, 교통분야를 담당하는 임은진 유신 상무가 자리했다.
당현증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변창흠 LH 사장이 최근 언론과 했던 인터뷰 중 경천동지할 내용이 있다"며 "변 사장은 (인터뷰에서) 서울과 좀 더 가까운 3기 신도시의 개발이익을 활용해서 2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인프라를 개발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3기 신도시 계양 테크노밸리의 개발이익을 2기 신도시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라며 "LH 측에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김태달 LH 인천지역본부 단장은 "해당 인터뷰 기사를 보지는 못했지만 2기 신도시도 3기 신도시의 인프라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뜻"이라며 "2기 신도시에 3기 신도시 개발이익금을 대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천 계양지구 내 탄약고가 있는데 그 주변을 개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현증 위원장은 "인천 계양구 귤현동 개발지역에서 반경 1km 이내 탄약고가 있다"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13조에 따르면 공익을 위해 탄약고 주변을 개발할 때는 반드시 부대장과 협의해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안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LH 측에서는 해당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박원형 LH 차장은 "탄약고 문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아니다"며 "국방부와 협의해서 추후 영향력을 더 검토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LH의 답변이 부족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 주민은 "인천 계양구에 화약창고가 여러개가 아니라 하나 있는데 그것도 파악 못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를 연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3기 신도시 사업 주체가 국토교통부인데 국토부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대한 직접적 권한을 LH가 아니라 국토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LH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LH가 오늘 공청회에서 한 답변이 '진행 중이다, 계획하고 있다'가 전부인가"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나오는 질문은 국토부에서 전부 답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원형 LH 차장은 "지금은 사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지 계획을 수립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조사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구지정이 완료되면 그 후 상세계획,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관계기관 협의를 거치고 다시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기 신도시 사업은 LH가 사업시행을 위해 제안했고 최종 승인은 국토부에서 한다"며 "오늘 공청회 내용을 국토부에 보고하면 국토부가 중앙도시계획에 심의를 올려서 거기서 결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토지를 수용할 경우 보상가를 높게 책정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한 주민은 "정부가 하는 사업을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며 "3기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는 건 좋은데 대신 주민들 땅만 뺏지 말고 적정한 가격에 보상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 계양 외 다른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 2지구, 과천에서도 같은 시간 전략환경영향평가 2차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달 26일 1차 공청회가 진행된데 이어 2번째다.
남양주 왕숙 2지구 공청회는 경기 남양주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과천 공청회는 서울 서초구 서초힐스아파트 206동 1층 멀티미디어실에서 열렸다. 남양주 왕숙 1지구 공청회는 남양주 사능교회비전센터 3층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이번 2차 공청회가 마무리되면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는 오는 18일 2시 열리는 국토부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남양주 왕숙 1·2지구,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기업 국민대책위원회(국대위)가 모여 국토부와 대화하는 자리다.
이들의 주 요구사항은 3기 신도시 백지화지만 만약 수용이 안 된다면 습지를 비롯한 환경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국토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주민 의견과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만들고 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