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보도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최근 수 주간 여러 차례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은 자신이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안이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켜 정치적 위기로까지 확산되자 법안 처리방식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혼란상은 람 행정장관이 자초한 일인 만큼 그가 사태를 정리할 때까지 행정장관직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법안은 중국이 아니라 람 행정장관이 추진한 일이라고 FT에 밝혔다. 이 가운데 한 관계자는 "이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아무도 그 일을 맡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송환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송환법안으로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라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중국 본토 송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송환법안에 반발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반대 시위를 펼쳤다. 관련 시위는 지난 6월 9일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해 지난 6월 16일, 약 200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의 50만명을 넘어섰다.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은 지난 1일에는 송환법에 대한 정부 대응에 반발한 시위대 일부가 입법회 내로 진입해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환법안 추진을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람 행정장관은 급기야 지난 9일 "송환법은 죽었다"며 "우리의 법안 작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까지 밝혔지만 시민들이 요구한 '법안 폐기'는 끝까지 언급하지 않아 대중의 공분을 일으켰다.
14일에도 송환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 시민 10만여명(주최 측 추산)은 '악법을 철폐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사틴 지역의 사틴운동장에 모여 사틴버스터미널까지 행진을 벌였다.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밤 10시 경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각)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 추진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한 뒤 “법안은 죽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2019.07.09.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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