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1987년 한국 대선 당시 여권은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 무효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부정선거도 모의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획득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여당 간부들은 노태우 후보의 (당선) 전망을 놓고 분열했으며, 선거를 조작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어 "광범위한 조작 계획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1월 23일 작성된 CIA 정보 보고는 “민정당은 군부와 노태우 후보의 관계 때문에 선거에서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졌다”면서 “그로 인해 그들은 흑색선전과 투표 조작 등 더러운 술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 5월 일본 왕실 연회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오른쪽). [사진=로이터 뉴스핌] |
CIA 자료는 한 소식통을 인용, "여당 전략가들은 초기 개표 결과 노 후보가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경우, 조작의 증거를 날조해 전두환 대통령이 선거 무효를 선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6월 항쟁과 민주화 대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따라 이뤄진 1987년 12월 16일 대선에서는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여권 후보로 나서 36.6%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야권의 단일화 실패로 각자 출마한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28%, 27%씩을 얻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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