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뇌 하부 림프관 ‘하수도’ 역할 확인
퇴행성 뇌질환 치료 새로운 방향 제시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뇌 속의 노폐물은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hotspot)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노폐물을 담은 뇌척수액을 밖으로 배출하는 주요 통로가 뇌 하부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뇌막 림프관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이날 오전 2시(한국시간) 게재됐다.
뇌막 림프관의 위치와 연령에 따른 구조 변화 과정 모식도 : 그림 A는 뇌의 노폐물이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되며 뇌척수액은 뇌 하부 뇌막에 존재하는 림프관을 통해 중추신경계 바깥으로 배출된다는 모식도이다. 뇌막 림프관은 머리뼈 있는 구멍(두개골공)을 통해 바깥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은 손가락을 뻗친 모양의 풍부한 림프관 다발을 가지고 있고 내부에는 림프가 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판막 구조(림프관 밸브)를 가지고 있다. 특히 림프관은 해부학적으로 뇌척수액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물질의 흡수와 배출 기능에 유리한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뇌의 노폐물을 포함하는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통해 중추신경계 바깥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림 B는 뇌 하부 뇌막 림프관들이 노화에 따라 뇌척수액의 배출 기능이 저하됨을 나타낸 모식도이다. 머리뼈 내부 한정된 공간에서 뇌척수액의 배출이 저하됨에 따라 생기는 높은 압력에 대한 보상 기전으로, 노화 생쥐 모델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보여준다. 2019.07.25. [자료=IBS] |
뇌척수액은 뇌의 수액이라고도 불린다. 뇌를 보호하고 뇌에서 발생하는 노폐물을 배출시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의 정확한 위치와 기능은 물론, 노화에 따른 변화를 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향후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에서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상당한 양의 노폐물이 생성,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과 같은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기억력 등 뇌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뇌막 림프관은 딱딱한 머리뼈 속에서 다른 혈관들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확한 관측이 어려워 아직까지 뇌척수액의 정확한 주요 배출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문제해결을 위해 생쥐의 머리뼈를 얇게 박피해 관찰력을 높이고 뇌척수액에 형광물질을 주입하는 실험과 자기공명영상(MRI) 실험을 도입했다. 이 결과 뇌 상부와 하부 뇌막 림프관의 구조가 서로 다르며,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이 뇌에 쌓인 노폐물 등을 밖으로 배출하는 주요 배수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어 노화 생쥐 모델의 뇌막 림프관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노화에 따라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이 비정상적으로 붓고 뇌척수액 배출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질병을 유발하는 노폐물이 어떻게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를 확인, 노화에 따른 구조와 기능 저하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규영 단장은 “앞으로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의 배수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방법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