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로 스크린 컴백…캐릭터 위해 탈색·민낯 감행
차기작은 영화 '양자물리학'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솔직하다. 어떤 질문에도 포장하려 애쓰지 않는다. 홍보 자리에서는 으레 싫은 것도 좋다, 나쁜 것도 좋다고 할 법한데 거침없다.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영화 ‘암전’과 그 현장을 떠올리며 “애정한다” “행복했다”는 그의 진심이.
배우 서예지가 신작 ‘암전’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1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신인 감독이 상영 금지된 공포 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하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서예지는 타이틀롤 미정을 열연했다.
“영화를 보는데 몸이 아팠어요. 고생한 게 생각나서(웃음). 근데 고생한 만큼 나와서 만족해요. 기분도 좋고요. 사실 시작할 때는 겁이 났어요. 공포영화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인데 소재도 독특하잖아요. 신선하면서도 두려웠죠. 근데 두려움은 (김진원)감독님을 만나고 사라졌어요. 미정 캐릭터에 확고한 생각을 갖고 계셨죠. 오랫동안 생각하셨대요. 미정이 흔들리진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외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미정이 된 서예지는 탈색한 머리와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김 감독과 서예지의 아이디어였다.
“회색 머리는 감독님이 제안했어요. 탈색만 열 번 해서 다음 작품 때 가발을 붙여야 할 정도로 머리가 상했죠(웃음). 독특한 미정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어요. 사람들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혼자만 집중하는 그런 이미지를 부각하시려던 거죠. 주근깨, 다크서클, 민낯 등도 비슷한 이유로 설정했고요. 안경은 실제 제 도수에 맞춘 거예요. 안보일 때, 집중할 때 이런 표정을 실제처럼 가고자 한 거죠.”
실제처럼, 진짜처럼. 이는 특정 장치를 넘어 미정을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독 이 영화에서는 미정이 아닌 서예지가 자주 등장한다.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이라든가 술에 취한 장면 등이 그렇다.
“다른 이유로 다리를 다쳤는데 영화에서 미정이 다치는 장면을 넣어서 리얼하게 만들었죠. 진짜 아파서 절뚝 거리는 거예요. 또 음주 신은 보리차를 줬는데 제가 진짜 술을 달라고 했어요.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웃음), 무엇보다 몰입감이 필요했죠. 공포영화라 유독 신경이 쓰인 듯해요. 모든 게 리얼하지 않으면 관객이 눈치챌 수 있으니까요. 클로즈업이 많기도 했고요. 클로즈업이 흔들리면 안되니까 온 마음을 쏟았죠.”
신경을 쓴 만큼 체력적으로도 고됐다. 서예지의 말을 빌리면, ‘암전’은 그간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체력 소모가 큰 작품이다.
“대역이 있었는데 시연만 해줬어요. 이건 제가 하겠다고 한 건 아니고(웃음) 영화 특성상 롱테이크가 많아서 대역을 쓰면 티가 많이 났어요. 거기다 폐극장이라 먼지가 많았죠. 거기서 호흡을 하니 기관지가 안좋아졌어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정말 힘들었어요. 하하. 근데 그 이상으로 행복했어요. 되게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죠.”
‘암전’이 채 떠나기도 전에 서예지는 새 영화 ‘양자물리학’으로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로 서예지는 명석한 두뇌와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매니저를 연기한다.
“공백기가 있으면 공허함이 와요. 그래서 더 쉬지 않으려 하죠. 작품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요. ‘구해줘’(2017) 다음에 ‘무법변호사’(2018)를 한 것처럼 캐릭터 변화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거죠. 30대라 달라진 점이요? 체력?(웃음). 20대 때는 열정만으로 됐는데 이젠 힘들어요. 하하. 누가 요즘 소망을 물으면 ‘건강’이라고 말하고 있죠. 그것 말고는 늘 같아요. 흘러가는 대로, 현재에 충실하면서 연기하고 또 살고 있습니다.”
jjy333jjy@newspim.com [사진=킹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