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중앙지법, 국고손실 혐의 원세훈 1차 공판
제3노총 설립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지원한 혐의
원세훈 “지시·공모 없어…보고받지도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조 분열을 위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시나 공모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비롯해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등 5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노조 분열 등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바가 없고, 국정원 특활비 지원에 대해 보고받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이 국고손실 책임을 지는 ‘회계관계직원’에도 해당하지 않아 공소사실을 전체적으로 부인한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에 불출석해왔다. 그는 이날 재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나 직접 의견을 말하지 않고 변호인 주장과 같다는 뜻만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원순 제압문건'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11 pangbin@newspim.com |
민 전 차장 측 변호인도 “(노조 분열을 위해) 제3노총 설립을 지시한 적이 없고 피고인들과 공모한 적도 없다”며 원 전 원장 측과 동일한 취지로 주장했다.
박 전 국장 측 변호인은 “국정원 자금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당시 지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지휘부인 원 전 원장과 민 전 차장이 지시해 어쩔 수 없이 지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 법률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데도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덧붙였다.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8조는 회계관계직원이 위법한 회계관계행위의 지시 등에 따를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상급자가 지시 또는 요구한 경우, 상급자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제3노총 출범을 위해 자금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 전 보좌관 측 변호인은 자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과 박 전 국장, 민 전 차장은 지난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등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한 정책에 반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에 국정원 특활비 1억7700만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제3노조 설립을 위해 국정원에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이 전 보좌관이 실제 자금을 받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국정원 전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이었던 이채필 피고인이 국민노총 활동비에 사용하고자 한다”며 “국정원은 ‘통치자금’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3억원 정도 지원해줄 수 없냐고 요청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를 상부에 보고했고 매월 1570만원씩 10회에 걸쳐 이동걸 피고인에게 전달했다”며 “이 정도 액수의 지원이라면 지휘부인 당시 국정원장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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