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신묘한 재주를 지녔다. 거기에 뛰어난 연기력과 입담까지 가진 만담꾼이라니. 이런 재능(?)을 살려 풍문조작단을 결성, 민심을 뒤흔든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 최고의 권력자가 찾아온다. 그러고는 세조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내린다.
배우 조진웅(43)이 신작 ‘광대들:풍문조작단’을 선보였다. 2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조선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만드는 광대들이 한명회(손현주)에게 발탁돼 역사를 뒤바꾸는 팩션 사극이다. 극중 조진웅은 풍문조작단의 연출가 덕호를 연기했다.
“이정표를 잘 지킨 영화라고 생각해요. 물론 선택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출발했을 때의 의도대로는 간 영화죠. 사실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온 가족이 가서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혹시 아이가 생겼을 때 언제든지 틀어줄 수 있을 영화, 부모님 모시고 극장에 갈 수 있는 작품이란 점이 좋았죠.”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후 조진웅은 뜨끔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감추고 있던 속내를 들킨 기분이었다고. 그는 “다들 그렇듯 나 역시 초심을 외면하고 살아갔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기 싫은 건 안한다는 예인들의 자존심 혹은 개똥철학이 너무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예인의 초심이잖아요. ‘내가 예인이지, 가자!’라는 덕호의 모습이 초심을 외면하고 산 제게 생각할 거리를 준 거죠. 초심에서 벗어나서 현실과 타협한, 비겁하고 못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딱 꼬집어 이야기하니 뜨끔했던 거죠.”
촬영하면서는 매 순간 놀랐다.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한 기발한 발명품들 때문이다. 촬영장에는 오색연막탄부터 조명기, 뜀박틀 등 다양한 발명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시나리오 봤을 때는 컴퓨터그래픽(CG)일 줄 알았어요(웃음). 근데 가니까 장치가 다 돼 있는 거예요. 진짜 제가 와이어 달고 하늘을 날고 밖을 뛰는 줄 알았더니 러닝머신을 뛰고 그런 거죠. ‘이게 말이 돼? 말이 되네?’라고 신기해하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있어요. 진상(윤박)이 그린 그림도 너무 재밌었고요.”
하지만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본 후에는 씁쓸했다고 했다. ‘광대들:풍문조작단’ 속 세조(박희순)와 한명회를 비롯한 대신들의 모습이 현 정치인들의 모습과 겹친 탓이다.
“하락한 지지율 올리는 데 혈안이 된 권력자들의 모습은 똑같구나 싶었어요. 그게 권력을 가진 자들의 습성일까요? 안좋은 부분은 감추기 급급하고 내가 조금 잘한 건 보라고 하기 바쁘고. 그래도 그걸 민초, 그것도 가장 천한 광대들이 앞장서서 대항하니까 통쾌했어요.”
차기작은 영화 ‘퍼팩트 맨’이다. 이후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 ‘클로즈 투 유’(가제)로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10월 초부터는 최우식과 ‘경관의 피’ 촬영에 들어간다.
“‘경관의 피’를 찍어야 하는데 (이규만)감독님이 자꾸 살을 빼라고 해서 어떡하나 걱정이죠. 이번에는 패딩턴 같은 곰돌이가 돼야 해서 다행이었는데(웃음)…. 제가 ‘독전’(2018) 때 살을 많이 뺐잖아요. 그랬더니 자꾸 감독님들께서 그걸 레퍼런스로 가지고 오세요. 그럼 제가 늘 그래요. 그거 저 아니라고, 제 동생이라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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