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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보험이야기] 보험사 망하면 내 보험 어떻게 될까

기사입력 : 2019년09월12일 07:07

최종수정 : 2019년09월12일 07:07

파산 보험사 인수할 곳 있으면 '걱정 붙들어 매'
과거엔? 인수사 없으면 금융당국이 대형보험사들에 배분
앞으론? 예금자보호법 따라 상황 달라질듯...연구용역 진행중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기업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국내 100년이 넘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많은 기업이 100년은커녕 10년도 못 넘기고 사라지기 일쑤다.

보험사는 어떨까.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은 살아 있는 평생 동안 보장을 받아야 하며, 평균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있다. 가입자가 살아 있는 수십년 동안 보험사가 파산하지 않아야 가입한 보험상품도 안정적인 게 아닐까. 물론 보험사도 파산할 수 있다. 이 경우 내가 가입한 보험은 문제가 없을까.

◆ 파산 위험을 알려주는 RBC 제도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업법을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고 건전성을 높이도록 한다. 현재 금감원이 시행하고 있는 건전성 제도에는 RBC(Risk Based Capital ratio)라는 지급여력비율 기준이 있다. 보험사가 보유한 ‘가용자본’을 만약 발생할지 모를 위험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처할 수 있는 위험보다 더 많은 자산이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만약 이 비율이 100% 이하로 낮아지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경영개선 등을 명령한다. 금감원이 이처럼 경영에 대해 관여하면 보험사는 영업에 큰 지장을 받는다.

이에 보험사들은 RBC 10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올 1분기 말 현재 RBC 비율은 업계 평균 200% 이상이다. 그래도 안정성을 더 높이려면 이 RBC 비율이 높은 보험사를 선별해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험사가 팔려도 "가입자 걱정 마"

가끔 보험사도 파산한다. 그래도 지금까진 대부분 다른 보험사가 인수했다. 예컨대 최근 롯데손해보험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에 팔렸다. 즉 롯데손해보험 주인이 롯데그룹에서 사모펀드로 변경됐다. 물론 보험계약자는 걱정할 필요 없다. 보험업법에선 ‘보험계약이전제도’를 명시하고 있어서다. A보험사가 파산 등의 이유로 B보험사가 이를 인수할 경우 인수하는 보험사는 피인수 보험사의 계약을 같은 조건으로 인수해야 한다는 것. 즉 가입자의 보험계약 변경은 전혀 없다.

비슷한 예로 ING생명은 2013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 다시 신한금융지주로 넘어갔다. 수년 동안 주인이 두 차례 바뀌었지만 계약자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가입한 보험사명만 달라졌을 뿐 상품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 파산 보험사, 인수 주체가 없다면?

만약 보험사가 파산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통상 다른 금융사나 펀드 등이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파산한 보험사를 인수하겠다는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1953년 해동화재로 설립돼 2000년 영국 투자금융사 리젠트퍼시픽그룹이 인수했던 리젠트화재는 2003년 파산을 선고했다. 당시 리젠트화재는 약 33만건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부실 계약이 워낙 많아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리젠트화재 가입자는 여전히 가입 당시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각 보험사에 리젠트화재 계약을 나눠 갖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 상위 5개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가 각사의 시장점유율에 따라 리젠트화재 부실 계약을 떠안았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공동 인수와 비슷한 방식이다. 당시 부실 계약을 떠안았던 상위 보험사들은 볼멘소리를 냈지만 금융당국의 행정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만약 리젠트화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아마 지금 각 보험사에 시장점유율별로 부실 계약을 나눠주긴 어려울 것이다. 2003년보다 시장이 더 투명해진 영향이다. 이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계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진다. 다만 예금자보호법을 누구부터 적용해야 할 것인지는 아직 첨예한 논의가 이어진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예금보험공사. 2018.10.11 leehs@newspim.com

가령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만 원리금 5000만원 내에서 보호하고, 5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계약자가 손실을 떠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보장성보험이나 투자 책임을 지는 변액보험은 보호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경우 보장성보험 가입자나 변액보험 가입자는 항의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모든 보험을 5000만원까지만 보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저축성보험 가입자가 항의할 수 있다. 통상 보장성보험의 해지환급금이나 보장금액은 5000만원 이하가 대부분인 반면 저축성보험은 비과세를 기대한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많이 유입되는 편이다. 이에 보험사에 고액을 맡겨 놓은 자산가들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보험사 파산이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나선 상황.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해 ‘보험계약이전제도’ 수정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 보험사가 파산할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며 “이 경우 공적자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험계약이전제도 변경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일부 가입자의 경우 이전과 달리 보험사 파산에 따른 피해를 계약자 본인이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0I0870948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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