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속개
헬기 사격 목격한 시민 3명 증인 출석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헬기가 전일빌딩과 비슷한 높이에서 드르르륵 총 소리 내는 것을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헬기 사격 후 5∼10분이 지나고 공수부대가 도청을 공격했습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19.03.11 leehs@newspim.com |
이날 법정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시민 3명이 증인으로 출석, 그날의 기억을 증언했다.
이번 재판은 6번째 증인신문으로, 천주교 신도인 이광중(72) 씨와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65) 씨, 항쟁 마지막 날까지 옛 전남도청에 남았던 김인환(60) 씨 등 3명이 법정에 섰다.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 씨는 “27일 새벽 4∼5시 도청 앞에서 전일빌딩을 향해 헬기가 사격했다. 헬기는 전일빌딩과 비슷한 높이에 있었고 드르르륵 소리가 나고 불빛이 보였다. 헬기 사격 후 5∼10분이 지나고 공수부대가 도청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전씨측 변호인은 박 씨에게 헬기의 고도가 얼마나 됐는지, 거리는 얼마나 됐는지 등에 대해서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비슷한 질문하면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법정에 참관한 오월 어머니가 분노를 터뜨렸다.
이날 증인신문에는 1980년 5월21일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천주교 신도 이모씨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씨는 “성당 인근 동구 불로동다리 상공에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탕탕탕탕’ 하는 소리도 들렸다. 일반 총소리와 달랐다. 빨간 불빛도 봤다”고 증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차량이 후문을 통해 신속히 진입하는 중 .[사진= 지영봉 기자] |
이 씨는 “성당에 있던 고 조비오 신부도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조 신부와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목격 이후 무서워서 성당 신협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조비오 신부는 1989년 방송에 출연해 처음으로 헬기 사격 목격을 증언하고 같은 해 열린 국회 광주 진상조사특위, 1995년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으나 함께 목격한 사람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이 씨는 “신부님께서 나를 보호하려 한 것 같다. 5·18 당시 집사람이 서울에서 첫 아이를 출산하게 돼 내가 가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해와 상처를 받아 5·18을 잊고 싶다고 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시 전남대 학생 신분으로 총기 회수 업무를 담당했다는 증인 김인환 씨는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공격이 시작된 뒤 도청 상공에 나타난 헬기에서 군인이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강하던 군인이 총을 쐈는지 헬기에서 직접 발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 경계 근무 중이던 친구가 헬기 쪽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19.03.11 leehs@newspim.com |
전두환 씨는 회고록을 통해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하고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해 조 신부와 유가족, 5·18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불구속기소 됐다.
전 씨는 지난 3월 11일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섰지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다음 재판은 내달 11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며, 군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kh108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