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지난해 벵갈고양이 이어 올해는 떡볶이로 히트
정세균 '금속활자'·송희경 '재머' 등 이색소품 눈길 끌어
특종 경쟁에 사실관계 확인 안 된 엉터리 자료도 속출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20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2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잡기 위한 의원들 간 소리없는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 떡볶이에 드론 잡는 재머까지…올해 국감에도 이색소품 등장
올해 국감장에도 이색소품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해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려와 눈길을 끌었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떡볶이를 가지고 왔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에서 가맹사업법에 대해 질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공산주의자 발언' 논란을 빚은 '국대떡볶이' 제품을 가져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유물 여부로 논쟁이 지속한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를 공개하고 있다. 2019.10.07 dlsgur9757@newspim.com |
같은 날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는 금속활자가 등장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꺼내든 '증도가자'다. 증도가자(證道歌字)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을 빚어왔다. 정 의원은 고려금속활자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유물 가치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론 무력화 장비인 '재머(jammer)'가 시연되기도 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원전 주변을 불법 비행하는 드론 규제 방안을 제시하며 재머를 꺼내 보였다.
◆ 내년 총선 앞두고 '스포트라이트 전쟁'…과대포장·엉터리수치 실수도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특종 전쟁도 치열하다. 하루 수백건 쏟아지는 의원실 국감 자료 중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엉터리 자료'가 섞여있는가 하면, 과대포장된 '속빈 강정'도 속출하는 상황. 수치 오류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지난 1일 대구문화재단과 대구경북연구원 등 공공기관 2곳이 독도 표기가 없는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실은 곧바로 "구글앱 지도를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구글 지도에선 독도 영해선이 일본 쪽에 치우쳐 있다. 자세히 확대해야 보일 정도로 독도가 작게 표기돼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의원실 보도자료 배포 후 두 기관이 구글 지도 대신 다음 카카도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독도와 동해 표시가 보다 명확히 된 것에 대해 칭찬받아 마땅한 일 아니냐"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조원진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공동대표가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천막 철거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6.28. alwaysame@newspim.com |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최근 5년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에 의해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를 냈다. 이에 경찰청은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가 누적 사고통계이며, 사고를 일으킨 대상자 수가 매년 누적됐기에 이 의원 분석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한 정정 발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일한 통계에 대한 해석 차일 뿐 의원실 자료 자체에 오류는 없다"는 취지로 적극 해명했다.
같은 당의 송갑석 의원은 지난 7일 발전공기업 5곳이 지난 5년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기 '가스터빈' 유지보수 규모가 5조2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가 5200억원으로 정정했다.
이 같은 실수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지적이 모두 '실적'으로 평가되니 국감기간에는 의원실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히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국감이라 전쟁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언론보도 성과 등을 반영해 국정감사 후 상임위별 우수의원을 선정한다.
그는 "하루에 평균 1건, 많게는 2~3건씩 자료를 발표하면서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 실수가 나오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라며 "자료 준비에 만전을 기해도 매년 이런 실수가 어쩔 수 없이 나온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 경쟁을 벌이는 의원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국감의 본질은 정부 감시"라며 "이색소품을 가지고 나오는 등 본질과 동떨어진 경쟁을 벌이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