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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먼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살핌

기사입력 : 2019년10월14일 14:04

최종수정 : 2019년11월04일 10:00

하민회 이미지21대표(경영학박사).

[편집자] 보건복지부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이다. 하루에 3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리투아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살률이다. 2013년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수는 줄고 있지만 이를 시도한 사람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다양한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그 뒤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거나 실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지속적인 전문가 기고를 통해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시스템 구축에 힘쓸 예정이다.

기차 여행을 하다 붕어빵처럼 닮은 모녀를 만났다. 막 사춘기를 지났음직한 딸의 언행이 하도 조심스럽고 고와서 "따님을 잘 키우셨네요." 말을 건냈더니 아이 엄마가 흐뭇하게 웃으며 "그럼요, 제 생명의 은인 인데요." 했다. 그렇게 아이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녀 가장으로 살아 온 그녀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벌기 바쁘게 쓸 곳이 생겼고 두 세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빠듯한 생활을 벗어 날 수 없었다. 도피하듯 한 결혼도 위태위태했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젊었을 땐 죽고 싶단 생각이 하루에도 열 댓번씩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게 죽을 수 있을지 궁리도 하고. 전철을 탈 때면 일부러 기둥 뒤에 서 있었어요. 뛰어들지 않으려구요. 아마 죽고 싶은 마음만큼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봐요."

자살충동을 이겨내고 싶었던 그녀는 어느 날 세상과의 고리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미련 없이 떠나지 못하도록, 스스로 세상과 매듭을 묶었다. 아이였다.

"딸이 생기고 단 한번도 죽음을 떠올리지 않았어요. 잘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 반, 딸을 슬프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 반 이었죠. 저 애가 제 목숨을 구했어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낮은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 낸 그녀는 눈을 맞추며 "큰 슬픔이 보이네요. 기운 내세요." 하며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왜 쉽지 않은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알았다. 그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를 하늘로 보낸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힘겨운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종종 너무 그리워 곁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아마도 그녀는 나의 온 몸에서 배어 나온 깊은 상실감을 읽은 모양이었다.

두 시간 가량의 짧은 대화였지만 붕어빵 모녀는 자살에 대한 나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무엇보다 스스로 목숨을 빼앗는 이 행위를 자기 의지나 주변의 도움으로 멈출 수 있고 때론 극복하거나 치유할 수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성인의 15.6%가 평생 한 번 이상은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절망과 상실감에 맞닥뜨렸을 때다. 무심코 자살을 떠올려보는 건 극히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정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된다면 분명 염려스러운 일이다.

자살은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가만히 내면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악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비춰보인다. 고용불안, 실업, 빈곤의 대물림, 사회양극화, 불평등의 악순환 같은 개인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요인이 개인을 자살행위라는 트리거를 당기게 한다.

최근 자살을 관대하게 평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위기에 처해 고립된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시스템과 사회복지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경찰, 119 등과의 협력을 활성화하는 지역사회 자원 네트워크 구축이 우선되어야 겠지만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개개인의 성찰과 생명을 존중하고 자살을 예방하려는 실천 행동 또한 중요하다.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은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있다. 2012년 한국심리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자살자의 61퍼센트가 괴롭다, 죽고 싶다 같은 자살의도를 주변인에게 문자메시지나 일기, SNS 를 통해 알린다고 한다.

평소 아끼는 물건을 나눠주거나 일상 패턴이 달라지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말이 없어지고 불면이나 식욕감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학자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에 의하면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의 80%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하고 반응해 주기를 바라며 구출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런 일련의 경고는 관심을 두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 볼 때 발견할 수 있다.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우리는 누군가의 신호를 받으면 진심으로 묻고 듣고 도와야 할 의무를 갖는다. 농담처럼 무시하거나 자살은 큰 죄라는 원론적인 말은 절대 삼가야 한다. 자기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자살의도자는 버틸 용기를 얻는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들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56위 언저리이고 삶의 질 지수는 36개국 중 27위 이다. 1인당 GDP는 늘고 있지만 여유 없이 성장가도를 달려 온 탓에 상대적 박탈감과 정신적 빈곤함이라는 후유증이 심각하다.

현실을 바꾸는 건 더디가는 시스템이 아닌 온정의 공동체이다.

사람은 정녕 무엇으로 사는가? 그 어느 때보다 살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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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m '고도제한' 양천구 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기준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갑작스러운 고도제한으로 재건축에 큰 제약을 받게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대부분의 면적이 제한을 받던 강서구 주민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서울시와 정부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공항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 내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이제 재건축 막 올랐는데"… 90m 고도제한에 목동 주민들 뿔났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4일 ICAO 국제기준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 및 피해지역 간 온도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ICAO는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올 4월 ICAO는 2030년 11월 시행을 목표로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장애물 표면을 향후에는 침투금지표면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항 주변 지역은 '공항시설법'에 따른 장애물 제한 표면지역으로 설정돼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없었다. '제한표면'(OLS) 규정에 따라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성능이나 비행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 높이를 획일적으로 규제해서다.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물은 45m를 초과하지 못해 13층 이상의 아파트를 짓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노후 주거지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이를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한다. 금지표면은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금지구역이다. 평가표면은 건물 높이를 규제한 금지 표면을 축소하고, 항공학적 검토를 거쳐 건축물 높이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다. 공항별 여건에 따라 평가표면을 축소하거나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정안상 평가표면은 현행 기준보다 확대된다. 국내에 적용되면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가 평가표면으로 분류돼 45·60·90m 등으로 고도를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원래는 고도제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던 양천구는 영등포, 마포, 부천 등이 평가표면에 포함된다. 고도제한 요건 수정으로 가장 마음이 급해진 건 목동신시가지 소유주들이다. 현재 1~14단지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최고 49층, 7단지는 최고 60층을 목표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고 층수가 49층이면 높이로는 약 180m이므로 90m 고도제한이 설정되면 설정 범위내 모든 건축물은 30층 이하로만 지어야 한다.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조합 등으로 구성된 '목동 재건축 연합회'(목재련)은 이달 28일 ICAO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상용 목재련 회장은 "항공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정안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짓밟는 퇴행적 조치"라며 "이는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기회와 재산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목동 재건축 사업의 동력이 상실되고 수도권 전체 도시 재생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토부에 김포공항 이전 재검토나 ICAO 개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 표명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 국내 도입 시 항공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국내공항 여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재산권 행사 좀 하자"는 강서구… 중간에 낀 서울시 '난감' 양천구와 반대로 강서구는 ICAO 개정안에 대한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서구는 현재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제한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절대적 금지표면 대비 조건부 평가에 따라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금보다는 높은 층수로 정비사업이 가능하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달 고도제한 완화 관련 세미나를 열고 "1958년 김포국제공항 개항 이후 강서구는 도시 발전과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며 이번 국제기준 개정이 강서구 56만 주민의 염원을 담아 합리적이고 조속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내 자치구가 상반된 처지에 놓이면서 서울시도 향후 정책 방향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목동6단지를 방문해 재건축 속도를 높인다면 ICAO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재건축 단지가 개정안 시행이 예정된 2030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까지 모두 마친다면 제도 변경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오 시장은 "아직 고도제한 개정 관련 세부 내용이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8월부터 ICAO와 국토부 사이 소통을 통해 최종 규정안 협상까지 1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재건축이 진행되는 지역의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 또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고도제한 관련 규정 개정과 재건축 사업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와 지방세수 증가, 인구유입 등에 효과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비행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제한된 면적 하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저하는 해당 지역 개발의 결정적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장애물제한표면 하에서의 법규상 각종 제한까지 더해지면 지역 노후화의 대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고도완화가 없이 특정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다면 항공항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고도제한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 대표는 "일본과 대만은 도심에 있는 비행장 주변의 공역을 재설계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비행안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항공기와 관제 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식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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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공모' 이상민 前 장관 구속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핌DB] 특검은 지난달 2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해 국민의 생명·안전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외청 기관장인 소방청장 등에게 의무 없는 단전·단수를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도 봤다. 특히 이와 관련해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나와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위증이라고 판단해 이 혐의도 적용했다. 그동안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등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행안부에는 소방청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주장이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160장의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하고, 앞서선 300여쪽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이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전 장관 구속은 이른바 '안가(안전 가옥) 회동 의혹' 관련자 중 첫 신병 확보인 만큼, 일각에선 특검이 근시일 내 나머지 안가 회동 멤버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가 회동 멤버는 이 전 장관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법률가 출신 최측근으로, 계엄 해제 이후 안가에 모여 계엄 직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8-0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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