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규제, 글로벌 투자·협력 가로막아"
"노동시장 경직돼 있어...유연성 확대해야 고용창출"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한국 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제도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와 협력을 가로막는 원이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사갈등 등으로 경직된 노동시장 또한 기업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주최로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 특별좌담회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좌담회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회장과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뉴스핌 DB] |
◆ 韓 시장만 초점 둔 제도, 글로벌 투자 걸림돌
이 날 양국 상의 대표는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분명히 크나,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이 대표적이며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도 해외 투자자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은 IT 인프라, 소비자 및 인적 자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를 통해 혁신 테스트베드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5G, 바이오, 자율 주행 등 미래 산업에서의 한국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갈라파고스 규제와 한국 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제도들이 향후 투자나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김 회장은 "갈라파고스 규제는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불가능하며 한국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해석하게 돼 투자가 어렵다"며 "한국이 미국의 6대 교역국임에도 미국의 3000만개 중소기업 중 불과 2만여 회사만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더 사무총장 역시 "한국기업 및 시장에 초점을 맞춘 규정들이 외국기업의 활동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제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경직된 노동시장...신구고용 주저하게 만들어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은 혼란 그 이상"이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평균임금 외에도 생산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노동조합과 기업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노조와 기업이 협의할 때 무엇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하여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회장도 한국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이 신규 고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노동 유연성 확대의 성공 예시로 기업이 쉽게 인적 자원을 고용하고 개인 역량에 따라 70~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미국의 임의고용 원칙(At-will employment)을 소개하였다.
각종 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도 있었다. 김 회장은 "일관성, 예측가능성, 신뢰성, 투명성, 국제 정합성 모두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준수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호소하는 외국 투자 기업들이 많다. 각종 조사와 감사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대표는 정부와 기업간의 대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등 충분한 소통과정이 있어야만 정책이 본래 의도와 달리 투자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혁과 한·미 및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좌장을 맡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올해 국내투자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해외투자가 증가하여 탈한국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증명한다"며 "투자가 없이는 일자리를 만들 수도, 성장을 지속할 수도 없다. 투자주체인 기업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