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정신질환 노동자 35%가 자살…공공기관은 절반 넘어
산재 신청자 중 승인 사례 총 522건…승인율 54%에 불과
성폭행 등 성문제 정신질환 산재 1년만에 2배 이상 급증
"정신질환 노동자에 대한 관리대책·지원프로그램 미비"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최근 5년간 직장에서 얻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3명 중 1명 이상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고용노동부 및 관련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직장에서 얻은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966명에 달하며, 이중 336명(35%)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4년 137명(사망 47명) △2015년 165명(사망 59명) △2016년 183명(사망 58명) △2017년 213명(사망 77명) △2018년 268명(사망 95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단, 전체 산재 신청 건수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는 총 522건으로, 승인율은 약 54%에 불과하다. 산재를 승인 받은 가운데도 사망한 사례는 176건(33.7%)에 달한다.
사망자들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약 80%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사망자 대부분은 △업무 적응 부담 △과로 △실적 압박 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성추행 등으로 인한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지난 2017년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던 50대 환경미화 노동자 A씨는 직장 동료의 계속된 폭언 등으로 인해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아용 의류 도매업체에서 근무한 B씨의 경우, 회사에서 내부고발을 한 이후, 동료들로부터 냉대와 회피를 당하며 괴로움을 호소하다 자살했다.
특히 성 문제(성폭행, 성추행, 성희롱)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지난해에만 16건이 접수됐다. 전년(7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4~2018년까지 최근 5년간 공공기관 내 업무상 정신질환을 호소한 노동자들은 총 66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53%)인 35명이 자살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최근 5년간 총 10명이 업무상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호소했고, 이 중 7명의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어 △한국철도공사(7명 산재 신청, 2명 사망) △국민건강보험공단(6명 산재 신청, 1명 사망) 순이다.
전 의원은 더욱 큰 문제로 정신질환 산재 노동자들에 대한 별도의 관리 대책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정신질환 산재 노동자는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신청을 받고 승인 여부를 검토해 판정을 내리고,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들에 한해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통계를 넘겨받고 관리하는데, 산재 노동자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 대책이나 관리 프로그램은 없는 상황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