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에 제재 부과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21일 중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태양광 제품 등 73억 달러(약 8조5556억 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라는 WTO 판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면서, 제재 부과를 승인해 달라고 WTO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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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중국이 WTO를 통해 미국에 부과할 수 있는 제재 금액이 최대 24억 달러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규모인 5600억 달러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나 양국 무역 협상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 헨리 가오는 "이것(WTO를 통한 대미 제재 추진)은 양국 무역 협상에서 중국에 협상 카드를 준다"면서 추가 관세 부과를 원치 않을 수 있으나, 추가 관세로 나아간다면 WTO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관세들은 모두 WTO 규정을 위반했으나, 이번 건은 완전히 적법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움직임은 미국과 중국이 다자 무역 체제 밖에서 일방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다자 무역 체제를 통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미 무역대표부(USTR) 출신으로 국제법률회사 호건 로벨스에 소속된 국제무역 변호사 벤 코스트르즈와는 "미국의 반응은 앞으로도 WTO 분쟁 해결 시스템에 비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중국 경제 정책에 반하는 일방적 조치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WTO를 통한) 어떠한 대미 보복 관세 부과도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며 전반적인 양국 무역 전의 작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WTO에 비관적 태도를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할 수도 있다.
홍콩 중문대 국제무역법 교수 브라이언 머큐리는 "이번 조치로 양국 간 무역 협상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중국은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협상에서 약간의 레버리지를 갖기 위한 전략적 방법으로 WTO 제재 추진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양국은 1단계 무역 합의를 도출한 상태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잘 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 협상의 2단계 문제들은 여러 면에서 1단계보다 해결하기가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낙관적 언급은 다음 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1차 무역 합의에 서명할 것이란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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