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대그룹 인사 시기와 폭 관심 고조
미래 먹거리 확보가 가장 중요, 조직 안정도 필수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경기 부진 지속,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재계가 연말 정기인사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사다. 특히 세대교체, 재판 등 각 개별 이슈까지 겹치면서 올해 인사가 언제 어느정도의 폭으로 이뤄질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그룹의 인사에 대한 추측이 많다. 일단 예년처럼 이달말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진행 상황에 따라 인사 시기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인사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4대그룹 총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사진=뉴스핌DB] 2019. 11. 14. jinebito@newspim.com |
재계에서도 삼성의 인사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일단 이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으로 인해 인사가 미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룹의 총수인 이 부회장이 재판이라는 상황에 처한만큼 인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인사가 늦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재판과 관계없이 업무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사도 평소와 비슷한 시기에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부회장의 평소 성향을 감안하면 후자의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재판과 관계없이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평소처럼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가 실적이 예년에 비해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부회장의 인사 특성을 성과주의, 책임주의, 그리고 신뢰주의라고 보면 올해 인사에서 변동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업황의 문제라는 것을 이 부회장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다.
아울러 삼성 인사에 대한 관심 중 하나는 '60세 룰'이다. 최근 몇년간 삼성은 만 60세가 넘는 사장급 CEO는 일단 퇴임에 무게를 뒀다. 다만 이 원칙의 경우 기술 급변에 따른 전 세대의 자발적인 퇴임일 뿐 원칙으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많다. 삼성 관계자는 "60세룰은 밖에서 만들어낸 것일 뿐 내부적으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몇년새 새로운 기술에 더 능숙한 후배들에게 길을 내준 선배들의 이야기가 세간에서 '60세 룰'로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앞장서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래차와 관련한 전문가들을 빠르게 영입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사를 통한 체질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정기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스타일로 볼 때 정기 인사 자체는 예상보다 소폭일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부쇠장은 필요한 인물이거나. 내부적으로 맞는 곳에 배치가 필요할 경우 정 부회장은 즉시 인사를 내는 스타일이다. 즉 형식적보다는 필요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국내 그룹 중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가장 먼저 없앤 것에서 엿볼 수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미래차'다. 현대차 한 임원은 "정 부회장은 현재의 실적 부진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느냐 마냐는 우리가 얼만큼 자동차의 미래를 이끄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마인드"라고 말했다. 즉 이번 인사에서도 지금 실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얼만큼 발굴할 것인지가 현대차의 키워드로 보인다.
SK그룹의 인사는 예년처럼 12월 초중반쯤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임원 직급폐지 이후 처음 이뤄지는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 3년차를 맞은 간판 CEO들의 이동 여부가 관심사다. 2016년 말 선임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 사장의 연임 여부가 이번 인사에서 결정된다. 이에 재계에서는 큰폭의 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 그리고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현재 사장단의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주목을 끄는 기업은 LG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기존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 탈피, '실용·성과주의' 인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구본무 회장은 기업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윤리성을 갖춰야 결국엔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정도경영'을 추구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광모 회장이 새로운 스타일의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인사에 대해서는 추측밖에 할 수 없고, 그 추측도 절반 이상 맞추기 어렵다"며 "다만 전반적인 트렌드를 예측해 보면 올해는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을 인사 트렌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