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야금야금(金)] 은행들 금리인하 묵살 관행, 결국 '법제화'

기사입력 : 2019년12월06일 08:00

최종수정 : 2019년12월06일 08:03

신한·KB국민·우리은행, 올 5월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미흡 경영유의
올해 6월 법제화 통해 금리인하 실효성 생겨

[편집자] '야금(冶金)'은 돌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입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금융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첫단부터 끝단까지 주목받는 건 몸집이 큰 사안뿐입니다. 야금 기술자가 돌에서 금과 은을 추출하듯 뉴스의 홍수에 휩쓸려 잊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사건·사고를 되짚어보는 [한국금융의 뒷얘기 야금야금] 코너를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최근 선보였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이후 개선된 건 있는지 등 한국금융의 다사다난한 뒷얘기를 매주 금요일 만나보세요.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용등급이 1등급으로 두 계단 오른 직장인 A씨. '대출금리가 많이 낮아지겠지?'라며 금리인하권을 행사하기 위해 거래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은행원의 답은 예상밖이었다. "왜 인하폭이 이 정도 밖에 안돼요?" 묻자 "저희 기준에 따른 결과입니다"고 답했다. A씨는 의아했지만 일단 수긍하고 집에 돌아왔다. 시간이 흐른 후 A씨 귀에 들려온 얘기. '은행들이 그 동안 감면금리를 임의로 축소해 차주들의 금리인하권 요구를 무력화했다고…?'

◆ '금리인하' 가능해도, 기준 조절해 '묵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이 미흡하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대출을 받을 당시보다 신용등급이 높아지거나 소득이 늘었을 때, 은행에 이자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세 은행에 내려진 경영유의 조치는 작년 2~3월 금감원이 국내 은행 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의 결과다. "은행들이 금리산정 모범규준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요." 감사원으로부터 의견을 건네받은 금감원은 2013년 금리산정 모범규준 도입 후 처음으로 '금리' 테마검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은 어떻게 운영하는 지도 들여다봤다.

검사 결과, 금리산정 체계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을 모두 지적받은 은행은 신한, KB국민, 우리 세 곳. "다른 은행들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에)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미흡했던 세 곳 은행에만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금감원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 은행은 신용등급, 재무상태가 좋아져 차주의 신용도가 올랐음에도, 특별한 이유없이 이를 금리 인하폭에 반영하지 않았다. 영업점장, 본점 전결금리를 제멋대로 조정해 금리를 덜 낮춘 것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전결금리'로 산출된다. 이중 전결금리는 은행 본부나 지점장이 비계량적인 요인, 차주의 영업 기여도 등을 감안해 정하는 금리다. 같은 조건으로 대출상품을 선택해도, 은행이나 지점별로 대출금리가 달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이들 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접수·심사한 내용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여부에 대한 사후 적정성 점검도 어려웠다.

◆ 지난 6월 법제화, 이제는 달라졌다

당시 크게 문제가 됐지만, 이들 은행이 전결 감면금리 축소분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한 차주에 환급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지적받은 사항은 철저하게 개선했다는 전언이다. "사람이 조정하던 사항이다 보니…그런데 이제는 모두 개선했어요. 차주의 조건을 넣으면, 전산에 나오는 금리로 무조건 적용하도록요. 전결 감면금리도 전산에 나오는 수준(기준에 따라 산출된 수치)으로 적용해야 하고요." 고객의 신용도가 오른 만큼 대출금리가 인하되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또 심사절차도 신청고객의 접수내용, 심사결과 등의 정보를 모두 기록, 관리해 사후에도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그 사이 법제화도 됐다. 세 은행이 미흡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에도 경영유의만 받은 것은, 금리산정 모범규준에는 어긋나지만 당시 은행법상 제재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범규준은 은행이 내규 형태로 반영한 자율 규제로, 당국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 6월 12일부터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로 격상됐다. 골자는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알릴 의무 강화(위반시 임직원에 최대 1000만원 과태료)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자에 은행이 요구하는 요건 및 수용시 고려사항 명확화 ▲신청 접수일부터 10영업일 내 결과 통보의무 부과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로 연간 이자가 4700억원(전 금융권 합산)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문제될 일이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순 없다. "법규상 (제재) 근거가 생겼으니, 과거보다는 실효성있는 제재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문제될 소지가 이젠 없다? 그건 지켜봐야돼요." 금감원은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추후 은행들에 경영실태평가, 종합검사 등을 나갈 때 금리인하요구권 운영현황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Tip! ] 금리인하요구권, 언제 행사할까?

금융당국은 취업, 승진, 재산증가(개인), 재무상태 개선(기업), 신용평가 등급 상승(개인·기업) 등 차주의 신용상태가 개선될 때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금감원이 상호금융권(법제화가 돼있지 않아 행정지도를 한다)을 대상으로 공개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유의사항'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경우 취업 등 직장변동, 승진, 신용등급 개선, 우수고객 선정, 소득 증가, 자격증 취득, 재산 증가 등 ▲기업대출의 경우 재무상태 개선, 회사채 등급 상승, 특허 취득, 담보 제공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가 대상이다.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또는 콜센터 등 각 은행별로 제공하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영업점 방문없이도 금리인하 신청부터 약정이 가능해졌다. 고객의 편의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비대면 채널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가능해진 것은 올해 초다. 예전에는 신청부터 약정까지 모두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milpar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환율 한때 1480원대...2009년 3월이후 최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2024.12.27 mironj19@newspim.com   2024-12-27 12:56
사진
'모바일 주민증' 27일부터 시범 발급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앞으로 17세 이상 국민 모두가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담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7일부터 전국민의 신분증인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행안부 제공2024.12.26 kboyu@newspim.com 행안부에 따르면,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먼저 세종특별자치시, 고양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발급을 해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 1분기 중 전국에서 발급할 계획이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개인 스마트폰에 발급되는 법적 신분증으로, 기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모든 국민(최초 발급자 포함)이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2021년부터 제공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 재외국민 신원확인증에 이어 네 번째 추가되는 모바일 신분증이다. 행안부는 먼저 세종시, 전남 여수시, 전남 영암군, 강원 홍천군, 경기 고양시, 경남 거창군, 대전 서구, 대구 군위군, 울산 울주군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하며, 이후 내년 1분기 중으로 전 국민에게 발급할 계획이다. 시범 발급 기간 동안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해당 지역인 주민들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IC주민등록증'을 휴대폰에 인식시키거나 'QR 발급' 방법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다. 전면 발급 시에는 정부24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시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QR 발급 방법은 사진 제출이 필요 없지만, 주민등록증 사진이 오래된 경우 모바일 신분증 앱에서 안면 인식이 어려울 수 있어 재발급 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이 가능하다. 한편,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정보 유출 및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높은 보안성을 제공한다. 본인 스마트폰에만 발급되며, 분실 시에는 잠김 처리되어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68년 주민등록증 도입 이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며 "이번 시범 발급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oyu@newspim.com 2024-12-26 13:1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