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에서 한 발씩 물러섰지만 물밑으로는 양국 경제의 디커플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IT 거래 장벽을 쌓고 있고, 중국에서도 이와 흡사한 움직임이 전개되는 등 전세계 1~2위 경제국 사이에 틈이 점차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27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WP)는 1단계 무역 합의와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연결고리가 해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미국 첨단 IT 기술의 중국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이고, 재무부를 축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 투자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 법무부는 미국 무역 기밀을 빼 돌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감시망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IT 부품이 심각한 국가 안보 리스크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 기업간 거래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 상원정보위원회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행크 아렌트 폭스 파트너는 WP와 인터뷰에서 "선택적인 경제 디커플링이 암묵적인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상황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IT를 포함해 주요 산업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대형 통신사 ZTE가 지난해 미국의 제재에 벼랑 끝 위기로 내몰렸고, 화웨이 역시 전세계적인 보이콧에 직면한 데 대한 대응이다.
약 반 세기에 걸친 양국의 공조 관계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1단계 무역 합의로 봉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리엔트 캐피탈 리서치의 앤드류 콜리어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안티 차이나' 전략을 본격 가동중이고, 일시적으로 무역 휴전이 이를 꺾어 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른바 '사이버 만리장성'은 이미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 등 미국 IT 공룡 업체와 14억 중국인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내년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양국의 신경전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양국의 2단계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첨단 IT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기싸움에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2단계 무역 협상을 곧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요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모델을 정조준한 트럼프 행정부의 맹공에 중국 역시 1단계 합의 때와 같이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국의 경제 디커플링은 실물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비용 상승과 고용 한파 등 후폭풍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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