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 사장, 재무·마케팅 전문…포스코건설 근무기간 3년
업력 긴 김형 대우건설 사장·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과 대비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건설업계 최장수 경영인으로 자리매김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최근 포스코건설 수장에 모기업인 포스코 인사가 잇달아 선임되면서 불명에 퇴진이 늘고 있다. 건설업의 이해도가 낮다보니 기업 운영,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성희 사장을 비롯해 최근 포스코건설의 사장 자리는 건설업 비전문가로 채워지고 있다. 건설업의 전문성을 고려해 건설 전문가가 수장에 오르는 경쟁사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우선 한 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캐나다 맥길대 경영대학원 출신이다. 그는 지난 1993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줄곧 포스코에 몸담았다. 2000년대 이후 포스코의 베트남 아연도강판 생산법인인 포스비나(POSVINA) 법인장을 거쳐 2009년 투자사업실 출자관리그룹 리더, 2010년 경영시너지1그룹 리더를 맡았다.
이어 지난 2012~2015년까지 포스코건설에서 경영기획·미래전략 담당 상무로 재직했다. 그가 포스코건설에 몸담았던 3년간 포스코건설은 실적과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급 성적을 냈고 200%를 상회했던 부채비율도 100% 후반대로 낮아졌다.
재무통으로 통하는 한 사장은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더샵' 브랜드 리뉴얼에 나서며 포스코건설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문제는 근무 기간 및 담당 분야 등을 고려할 때 건설사 수장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맡은 직무가 재무, 마케팅 쪽으로 건설현장 경험을 쌓기 어려웠다는 약점이 있다. 포스코건설 근무기간도 3년으로 짧아 건설 분야 전문성을 쌓기에 다소 부족했다.
취임 2년 만에 회사를 떠난 이영훈 전 사장도 건설 분야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이 사장이 맡은 업무도 주로 재무·기획 분야로 건설현장 경험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지난 1985년 포스코 전신 포항제철에 입사해 2008년 포스코 경영기획 담당 상무, 2012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이어 2013년에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CFO)으로 재직한 뒤 지난 2018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가 사장으로 있을 동안 포스코건설은 라돈 문제, 부산 엘시티 공사인부 추락사고로 곤혹을 겪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비율도 적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100대 건설사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2018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포스코건설로 조사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건설 라돈아파트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05.22 leehs@newspim.com |
지난 2018년 한 해 현장에서는 10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에 따라 산재 사망 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포스코건설을 '2019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영훈 사장이 오는 3월 18일까지인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떠난 데는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선임된 한찬건 전 사장도 국제무역, 해외자원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이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며 한 전 사장은 포스코건설 사장에 올랐다.
최대주주인 포스코가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비전문가를 수장에 앉히는 경우는 건설업계에선 극히 드물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4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서 일한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고 현대건설에 입사해 스리랑카 콜롬보항만 확장공사 현장소장, 토목사업본부 상무를 거쳤다. 이어 삼성물산으로 적을 옮긴 뒤 시빌(토목)사업부장 전무, 시빌사업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포스코건설에서는 글로벌인프라본부장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30년 넘게 현업에 종사했으며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공채출신 사장이다. 그는 지난 1989년 현대산업개발 공채로 입사해 현장소장 경험을 거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건축 부문에서만 한우물을 판 것. 지난 2015년 계열사인 HDC아이서비스에 몸담았을 때도 인테리어·조경사업 본부장을 맡아 건설 범주를 떠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이 수주 산업이다보니 발주처와의 관계, 신규 수주, 원가율 관리, 공사현장 위기관리 대응 등에서 건설 전문가가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포스코건설은 최근 2~3년 주기로 수장이 바뀌다보니 조직 관리에도 녹록치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포스코그룹이 모태이며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를 지은 인력이 모여 설립된 회사"라며 "회사 역사가 20년 정도로 짧은 것도 내부출신 사장이 아직 배출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