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집주인 '월세 선호' 공고
재학생·신입생, 방 찾기 전쟁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원룸 면적이 5평 조금 넘어 보이는데 전세보증금으로 1억3000만원을 달래요. 여기라도 계약을 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전세가 없잖아요. 다 월세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김모(54·여) 씨의 푸념이다. 김씨는 올해 중앙대학교에 합격한 딸이 거주할 전셋집을 찾고 있었다. 이날만 서울 흑석동과 봉천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3곳을 방문하고 전셋집 5개를 봤다. 하지만 김씨는 마음에 드는 전셋집을 찾지 못했다.
연초부터 대학가 전세대란이 시작됐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학가 전세대란은 통상 개강을 앞두고 1월 말에서 2월 초에 시작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 달 가까이 빨라진 것이다.
대학교 재학생은 물론이고 김씨와 같은 새내기 부모들까지 전셋집 구하기에 나섰다. 전셋집 물량이 감소한 탓에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박동현 유진세무부동산중개 실장은 "대학교들이 이번 주부터 정시 모집 결과를 발표하는데 부모들의 전셋집 문의가 늘고 있다"며 "설 명절 전에 전셋집을 계약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는 문의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일요일 근무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학기 개강을 앞둔 2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에서 원룸 입주생과 하숙생을 구하는 벽보게시판 옆으로 이삿짐을 옮기는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올해 서울 대학가에서 전세대란이 일찍 시작된 배경에는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공고해졌다는 데 있다. 임대로 나온 주택 10개 중 8~9개가 월세일 정도다. 전세는 10개 중 고작 1~2개에 불과하다.
저금리 시기가 길어지자 집주인은 목돈(전세보증금)보다 매월 들어오는 현금(월세)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금리가 낮은 탓에 목돈을 굴려도 투자 기대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정은주 미래부동산 대표(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전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완전 전세도 없고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3학년 재학생인 김재현씨는 "목돈만 있으면 전세로 살고 싶다"면서도 "전세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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