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하사·군인권센터, 인사소청·행정소송 진행 예정
軍 "소송해도 성 전환자 복무규정 마련하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창군 이래 처음으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된 변희수 하사에 대해 육군이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변 하사는 강제로 23일부터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게 됐는데,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으로 끝까지 맞서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육군은 지난 22일 "전역심사위원회에서 A부사관(하사)에 대해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수여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군대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육군 부사관 변 희수 하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해 심경을 담은 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2020.01.22 clean@newspim.com |
앞서 변 하사 측은 전역심사위원회 연기를 강하게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 요청까지 했다. 인권위가 이를 받아들여 육군에 심사위 연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육군은 예정대로 심사위를 열고 변 하사를 전역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변 하사가 스스로 신체상 변화를 유발해 의무조사에서 '신체장애 3급'을 받았고 전역심사위는 이에 따른 적법한 후속절차라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23일 0시를 기해 변 하사의 신분은 자동으로 민간인으로 바뀌었다. 성 전환 수술 이후 치료와 의무조사 등을 위해 입원 중인 국군수도병원에서도 이날 퇴원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 하사는 이같은 조치에 강하게 반발, 육군의 전역 조치 통보를 받은 직후 직접 언론에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전날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육군의 전역처분 결정은 참으로 잔인하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변 하사는 임관 이후에도 기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만큼 맡은 바를 열심히 했다. 그러나 남성의 성기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군에서 쫓겨났다"며 "군인권센터는 시민사회에 트랜스젠더 하사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은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하고, 변호인과 상의해 법에 따라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것"이라며 "성차별적인 측면과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소청심사위원회와 행정소송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뉴스핌DB] |
하지만 군 당국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이 변 하사가 여군으로 계속 복무를 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현행법에 성전환자의 복무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 군은 현재로서는 규정을 신설하거나 개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어떤 제도를 도입하거나 개정할 때는 전투력 발휘나 군 조직 단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또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통용될 것인가도 꼼꼼하게 고려하게 된다"며 "군은 성 전환자의 군 복무를 위한 규정 마련이 전투력 발휘나 군 조직 단결 측면에서 큰 필요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어 "의견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복무규정을 바꾸거나 신설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