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가나 모로 가나 인권위가 매질을 당하게 될 것"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검찰의 조국 인권침해' 진정과 성전환 부사관 논란 등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궁지에 몰렸다. 공정성·독립성 문제부터 심지어 무용론까지 거론되면서 인권위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인권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무차별적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는 진정과 '군 복무 중 성전환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위기에 놓였다'는 진정이 잇달아 접수됐다.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앞서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사퇴의 변을 남겼다. 2019.10.14 mironj19@newspim.com |
조 전 장관 관련 진정은 청와대와 검찰, 정치권이 모두 맞물리면서 인권위 안팎에서 논쟁이 뜨거운 사안이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인권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의 하명조사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도로 가나 모로 가나 인권위가 여론의 매질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여론이 많다"며 "아직 조사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결과를 두고 말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귀띔했다.
앞서 은우근 광주대 교수가 지난 17일 조 전 장관 관련 진정을 접수하자 보수성향 단체가 즉각 반발하는 등 인권위에 대한 압박 여론이 일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진정 접수 이틀 뒤인 지난 19일 인귄위에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의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인권위가 각하할 대상"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더욱이 박찬운 상임위원은 임명 일주일 만에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해 조 전 장관 관련 진정에 대한 회피 신청까지 한 상태다. 박 상임위원은 자신의 SNS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하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인권위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인권위는 전날 상임위원회를 열고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군 A하사가 전역하게 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군 당국에 전역심사위원회 연기를 권고했다. A하사는 지난 20일 자신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 개최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민중당 인권위원회 성소수자 분회 '퀴어워요'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결정 무시하는 육군본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2 leehs@newspim.com |
하지만 군 당국은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A하사를 강제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 군 당국은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나 이번 전역 결정은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까지 언급하며 군 당국에 A씨에 대한 긴급 구제를 권고했던 인권위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 사이에서도 "강제성 없는 인권위 권고는 그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사회적 관심도가 높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 따라 또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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