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치명률 중국서 2.8% 수준…메르스보다 낮아
확진환자 2300여명 수준…확산 속도 따라 규모 더 커질 전망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중국 보건당국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전염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잠복기 전염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설명하면서 양국의 입장이 명확하게 갈려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유행했던 메르스와 이번 '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감염력과 치명률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설 연휴가 끝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을 대비해 마스크를 쓰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0.01.28 mironj19@newspim.com |
◆ 잠복기 전염성, 중국 '있다' vs 한국 '없다' 엇갈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마 샤오웨이 주임은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고 감염이 돼도 초기에는 체온이 높지 않거나 정상인 경우도 많다는 견해를 밝혔다.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잠복기에 있거나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확진자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이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없지만 가장 많은 사례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발표이므로 무시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 보건당국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의심 증세가 나타난 뒤 격리를 시작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구별해내는 현 방역체계를 전면 개편해 한다.
실제로 국내 세 번째 확진자의 경우 지난 20일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지만 22일 오후 몸살 기운이 생겨 보건당국에 신고 했다. 보건당국은 발병일인 22일부터 세 번째 확진자가 격리된 25일까지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모두 74명의 접촉자를 확인해 증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발표대로 잠복기 감염이 가능하다고 할 경우 입국 시점부터 격리 시점까지의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를 확인해야 한다. 네 번째 확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의 보건당국 입장은 다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27일 "사스나 메르스(MERS)의 사례를 참고할 때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없거나 낮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중국에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요청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잠복기 전염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뉴스핌] 이형석 기자 = 27일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네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2020.01.27 leehs@newspim.com |
◆ 메르스보다 감염력↑…치명률 낮지만 상승 가능성
한편 '우한 폐렴'의 국내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유행했던 메르스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감염력이나 치명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메르스와 50% 정도 유전자 및 단백질의 유사한 성질을 보이고 있다.
2개 감염병 모두 공통적으로 바이러스가 유전물질로 알엔에이(RNA)를 갖고 있다. RNA는 사람의 유전물질인 디엔에이(DNA)보다 불안정해 돌연변이가 쉽게 발생한다.
잠복기도 1~7일, 최장 2주일로 비슷하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항생제 투여 등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는 것도 동일하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력과 치명률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치명률은 병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전체 감염병 확진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한다.
메르스는 지난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감염자가 보고됐다. 중동지역 감염자 사망률은 30~40%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총 186명의 확진환자 중 38명이 숨져 20.4%의 치명률을 보였다.
우한 폐렴은 치명률이 중국에서 2.8% 수준으로 낮게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루에 수백명씩 환자가 급증하는데다 사망자가 80명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현재까지 상황을 고려할 때 우한 폐렴이 메르스 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폐렴은 확진환자가 2300여명 수준이다. 확산 속도에 따라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메르스는 국내에서 186명이 확진환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병원 내 감염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사망률은 메르스가 훨씬 높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력이 더 강한 특성을 보인다"며 "지역사회 전파가 가능한 만큼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