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김기춘 무죄' 소수의견 낸 대법관..."직권남용 기준, 헌법 대원칙 위반"

기사입력 : 2020년01월30일 19:43

최종수정 : 2020년01월30일 19:43

"기계적 균등 지원할 국가 의무 존재치 않아"
"'의무에 없는 일' 지시 입증할 증거 부족"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지시·작성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81)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가운데 일부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낸 직권남용죄에 대한 판단기준은 헌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며 '전부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합은 다수 의견을 통해 김 전 실장 등의 지원배제 지시 자체가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안별로 해당 범죄 적용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이 날 대법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 선고를 내렸다. 2020.01.30 pangbin@newspim.com

박상옥 대법관은 이날 소수의견을 통해 김 전 실장의 지원배제 지시 행위는 ▲문화국가의 원리 ▲표현의 자유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는 '직권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대법관은 "공무원의 행위가 위헌적으로 '평가'된다는 이유만으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며 "추상적 헌법 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내리면 헌법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이 위반돼 죄형법정주의가 전면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문화적 활동을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지원해야 할 국가의 의무는 존재할 수 없다"며 "차별적 지원배제 자체가 문화국가 원리에 곧바로 위반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원이 배제된 단체나 개인은 국가가 조성한 기금을 지원받지 못할 뿐 문화 예술 행위 자체를 국가가 제한한 것이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평등의 원칙에 대해선 "국가정책에 따른 한정된 재원의 분배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됐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된다면 본질적으로 차별적 집행일 수밖에 없는 행정 정책에 관여한 공무원들은 언제든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법관은 김 전 실장의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도 봤다.

그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각 법인의 심의 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국가재정법에 반하는 지출이 이뤄졌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수의견은 기금 배분이 각 법인의 심의를 거쳐 이뤄진 사실을 간과했다"며 "피고인의 권한 행사로 심의 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그로 인해 국가재정법에 반하는 지출이 이뤄졌다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박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제시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판단기준은 부당한 확장해석에 이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각 법인 직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은 지원배제라는 피고인들의 목적 달성·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불과"하다며 "과정상 이뤄진 이런 행위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말하는 '의무 없는 일'로 포섭한다면 부당한 확장해석과 더해져 그 처벌 범위가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7년 청와대 수석들에게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 예술인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하도록 지시하고 김종덕(63)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문체부 고위인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은 당시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배제 등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교육문화수석실에 통보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해당 지원배제 명단은 김상률(60)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돼 실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문체부로 온 이 문건을 실제로 집행한 혐의, 신동철(59)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정관주(56) 전 문체부 1차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정치 권력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해 헌법 등이 보장하는 문화 표현과 활동의 권리를 심각히 침해했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국가권력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측근 보좌관들이 이같이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나선 것은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국정 전 분야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고 질타하며 원심을 깨고 김 전 실장의 형을 징역 4년으로 가중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