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승소' → 2심 '원고 패소' 뒤집혀
대법 "구 도시정비법상 총회 의결 법리 오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주택 재개발 사업에서 예산 외 용역비 증액 변경계약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는 총회를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무영씨엠건축사무소가 왕십리뉴타운제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총회를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변경계약 체결을 위해 필요한 구 도시정비법상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총회에서 배부된 안내 책자에 기재된 제안 사유에는 원고가 요청한 감리비 증액 내역이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고 요청 공문 및 변경계약서 초안이 첨부됐다"며 "총회에서 사회자는 준공 신청을 위해 감리비 증액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며 총회 승인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의결에 따라 원고가 요청한 금액을 최대한도로 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이를 승인 의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구 도시정비법상 필요한 사전결의를 거친 유효한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결을 위한 제안 사유에 기재된 '실제 정산 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항목별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해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 내용은 조합원들에 대한 안내 사항 정도로 보인다"며 "이사회와 대의원회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건부 또는 위임 의결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감리 용역대금 증액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총회 의결이 있었던 이상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변경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지난 2013년 9월 5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700 일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조합과 계약금 72억원 상당의 공사 감리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원고는 2016년 11월 16일 부가가치세 누락,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등 이유로 11억8433만원을 증액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조합 측은 나흘 전인 12일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변경계약을 체결한다는 안건을 결의했다. 조합원들에게 배부한 안내 책자에는 '실제 정산 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해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조합 측은 변경계약이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이므로 조합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유효하지만 총회에서는 대의원회 및 이사회에서 용역대금 중 필요한 부분만 다시 산정해 지급하기로 유보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무효를 주장했다.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변경계약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원고에게 아파트 사용검사를 마친 날 감리용역비 증액분을 즉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추후 다시 산정해 지급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구 도시정비법이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취지는 조합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합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무효"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은 원심이 구 도시정비법상 총회 의결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