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40년지기 파트너인 찰리 멍거 부회장이 시장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96세의 노장은 상당수의 복병이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기적인 거래와 과도한 베팅이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그는 투자 세계에서 전통적인 '해자'가 사라지고 있고, 1세기에 걸쳐 이뤄진 기술 혁신 역시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핏의 오른팔로 통하는 멍거는 12일(현지시각) 로스엔젤레스(LA)의 데일리 저널 주주총회에서 자산시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도 뉴욕증시가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멍거는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수많은 문제가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증시의 투기적인 거래에 대해 그는 일침을 가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도박을 일삼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시장도 마찬가지.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제적 충격과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금융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멍거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을 앞세워 매수를 추천하는 한편 주가 상승을 점치지만 이는 적절한 평가 잣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EBITDA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 급상승을 연출했지만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리는 측면이 강하고, 이를 근거로 한 투자가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멍거는 현재 뉴욕증시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과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자산이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것이 사실이고, 이에 따른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고 그는 경고했다.
이와 함께 멍거는 중장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인덱스 펀드가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는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개념의 경제적 '해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멍거는 밝혔다. 해자는 특정 기업이나 비즈니스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와 같은 개념이다.
IT 기술 발전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기업들이 경쟁적인 우위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경제적 해자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때문에 특정 기업의 과거 실적 추이를 근거로 향후 수익성을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졌고, 이 같은 형태의 분석 기법이 투자 세계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멍거는 버핏과 손잡기 전 1962~1975년 사이 자신의 투자 파트너십을 운영하며 연 평균 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인 5%를 네 배 웃도는 성적이다. 이어 버크셔 해서웨이에 합류한 이후에도 그는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수익률을 창출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버핏과 함께 멍거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