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 화웨이에 판매 시 허가 받아야"
"장비 수입 비중, 일본보다 높아...제재 현실화 되면 타격 불가피"
일각선 실행력 가지기 어렵단 전망도..."미국 기업에도 불이익"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미국이 또 중국 화웨이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서다.
이에 글로벌 메모리 1, 2위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화웨이가 주요 고객사일 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 장비 중 미국산 장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제재가 현실화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미국 정부가 자국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0.02.19 sjh@newspim.com |
◆ 미국 반도체 장비 의존도 높아...삼성·SK, 타격 불가피
20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를 이용하는 해외 업체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하려면 당국으로부터 수출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내용의 '해외 직접 생산 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ule)' 수정안을 만들고 있다.
핵심 의도는 화웨이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당장 난처해진 것은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자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대만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TSMC가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민감하긴 마찬가지다. 화웨이가 중국 1위 ICT 업체인 만큼 소비하는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미국산 장비가 증착, 식각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글로벌 1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증착·식각)와 램리서치(식각)는 네덜란드 ASML(노광)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업체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산 장비 의존도도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미국 반도체 장비 금액은 약 27조5297만 달러(31.5%)로 일본(26조6455만 달러)보다 많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 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아직 국산화율은 50%가 채 안 된다.
미국 정부가 제3국 기업이 반도체 등 전자제품을 생산, 중국에 수출할 경우 사용한 미국산 부품 비중이 25% 이상이어야 미국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 기준을 10%로 낮추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 미국 제재, 실행력 갖기 어려울 수도...자국 기업에도 피해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조치의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오히려 자국 기업들의 매출에 타격을 주는 등 불이익을 주는 제재가 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애플 등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화웨이가 글로벌 반도체 구매 3위 업체인 만큼 이에 대한 공급 차질이 생긴다면 국내 반도체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며 "다만 최근 미국이 화웨이의 임시 면허 기한을 45일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 시기적으로 즉각적인 규제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19로 중국 경제활동이 위축, 반도체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가 실행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미국의 기준이 애매한 상황이라 실행력을 갖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화웨이 제재가 계속됐지만 실질적으로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입은 건 글로벌 경기 위축"이라며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계속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면허를 45일 더 연장하는 등의 분위기가 있어 제재가 현실화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