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2008년 7940명→2018년 1만3177명↑
법원 "신원 확실한 사회 지도층 도주 우려 적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도 재수감 6일 만에 석방됐다. 최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구속되지는 않았다. 형사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구속을 면한 유력인사들에 대해 법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전날인 25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내린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접수하자 이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9 mironj19@newspim.com |
정치·재계 유력 인사들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구속을 면한 사례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사례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가 없다며 염 의원을 구속하지 않았다.
이달 13일에는 이른바 '5·18 폭도' 발언으로 재판에 넘겨진 보수논객 지만원 씨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횡령·배임 혐의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 시까지 형 집행이 유예되면서 구속 위기를 피했다.
이 밖에도 같은 해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수십억 탈세 혐의로 징역 4년을, 전병헌 전 의원은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총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등 중형에 처했지만 법정 구속을 면하면서 세간의 집중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올해 1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지난해 1심에서는 징역 5년 실형에도 보석 결정이 그대로 유지돼 구속을 피한 바 있다.
이에 한 부장판사는 "최근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이 청구한 영장 발부율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법원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지 않다면 실형 선고 이후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30 pangbin@newspim.com |
하지만 사법부 통계를 보면 최근 법정구속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상고심 재판 직후 법정구속된 인원은 ▲2008년 7940명에서 ▲2012년 8948 ▲2017년 1만1833명으로 늘었다. 2018년에도 1만3177명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구속되는 피의자는 최근 3년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016년 3만9624건에서 ▲2017년 3만5126건 ▲2018년 3만65건으로 감소했다.
영장 발부도 ▲2016년 3만2395건에서 ▲2017년 2만8400건 ▲2018년 2만4457건으로 줄었다. 구속기소 인원수는 3만2523명에서 2만4876명으로 3년 새 1만명 가량이 감소했다.
이는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정구속을 강화하겠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검찰 단계에서의 '구속이 곧 실형'이라는 등식을 깨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정구속이 일반인과 유력인사 간에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다솜의 강귀석 변호사는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법정구속을 안 하는 것은 일반 피고인들의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일부 기업 회장 등 사건에서 그런 (법정구속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에서 구속되면 미결구금이라고 한다"며 "형이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구속부터 시키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상 법원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법정구속을 면해주는 것은 무죄의 여지가 아직 있거나 증거인멸 우려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에 한해서다"며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되 법리적 다툼이 있을 때 피고인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일 경우 구속까지 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고위층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아니다"며 "도주 우려를 판단할 때 일반인들은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하고, 가족이 없거나 교류가 없는 등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사회적 유대관계가 불분명한 경우 신원이 불확실해 도망의 우려가 크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 지도층 부분에 있어서 우선 형이 선고되면 출국 금지가 돼 국외로 도망갈 수 없다"며 "자기 명성이 있으니 도주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