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발급 요건 까다로워질듯…비행기 타도 대기·특별입국절차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한국과 일본이 9일부터 상대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한다. 일본이 입국 규제 강화책을 기습 발표하자 우리 정부가 강경 맞대응에 나선 결과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유입을 막는다는 구실로 9일 0시부터 자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에 대해 적용 중인 90일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을 여행하려는 한국인은 별도의 일본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텅 비어 있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본 내 불투명한 감염상황에 따라 우리 국민의 감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일본여권(외교관여권 및 관용여권 포함) 소지자에 대한 사증 면제를 잠정 정지한다"고 8일 밝혔다. 2020.03.08 kilroy023@newspim.com |
◆ 이미 일본 입국한 한국인은 영향 없어
한국 소재 일본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에서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된다. 이번 조치로 효력이 정지되는 한국인 비자는 1만7000건에 이른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비자 심사를 지금까지보다 신중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발급 요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한국으로 귀국할 필요가 없다. 특별영주자, 영주자 등 비자발급 대상이 아닌 이들도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이날부터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한다. 비자 발급 심사도 강화한다. 비자는 상호주의 성격이 강한 만큼 원칙적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일본 주재 모든 공관에서 비자를 신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자필로 작성한 '건강상태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상황에 따라 병원에서 발급한 건강확인서 발급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날부터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지정 장소에서 14일간 대기하도록 요구한다. 한국발 입국자는 항공기 내에서 건강검진표를 작성하고 이후 공항에서는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을 이용할 것을 요청받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일본발 모든 외국인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다. 전용 입국장을 통한 발열 검사,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국내 연락처·주소 확인 등의 절차가 추가되며 현재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 한국, 맞대응했으나 일본보단 수위 낮아
한국과 일본을 오갈 수 있는 공항도 제한된다. 일본은 한국발 항공여객편 도착공항을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으로 한정하고, 선박을 이용한 여객 운송을 정지한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을 인천, 김포, 김해, 제주 중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우리 정부는 이날부터 일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한다. 일본이 대구와 경북 경산·안동·영천·칠곡·의성·성주·청도·군위·봉화에 3단계(여행중지 권고), 이외 지역에 2단계(불필요한 여행자제) 경보를 발령한 데 따른 대응이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방역 외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맞대응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일본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에 한국은 투명성·개방성·민주적 절차라는 코로나19 대응 3원칙에 따라 절제된 방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국민의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병 유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내린 결정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중국은 감싸고 일본에만 초강경이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일본보다 전반적으로 수위가 낮은 만큼 향후 추가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려 외교부 당국자는 "당장 어떤 것을 메뉴에 놓고 한다기보다는 일본의 코로나19 상황과 감염 추이를 보면서 추가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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