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부회장, 주총시즌 가장 이목받는 CEO
구광모 회장 보좌하며 때론 LG 얼굴로 활동
경영자적 책임감 강하고 주요사업 이해도 높아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 대표이사 권영수(63) 부회장. 그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재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는 LG내 최고경영자(CEO)다.
40여년 LG맨인 권 부회장은 '젊은 총수' 구광모(42) LG 회장이 열어갈 새로운 시대의 키맨이자 그룹의 얼굴로까지 경영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구광모의 뉴LG'는 왜 '권영수'를 택했을까.
◆집념 강한 40년 LG맨, 젊은 총수 보좌역할 적임자로
11일 재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지주회사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그룹의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구 회장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권영수 ㈜LG 부회장. [사진=LG] |
이는 이제 막 출발대에서 선 뉴LG의 젊은 총수를 보좌하는 역할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고(故) 구본무 회장에서 구 회장으로 넘어온 새로운 시대를 이끌 밑거름을 만드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룹의 사업적 포트폴리오야 잘짜여져 맞물려 돌아가고 있으니 문제될 것 없으나 구 회장 스스로도 아직은 그룹의 대표 얼굴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가 부담스럽다.
나이 30대 후반~40대 초반에 경영을 이어받은 재계의 여러 젊은 총수도 그러했다. 단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만봐도 30대 후반 총수 자리를 이어받은 뒤 그룹 대표 얼굴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목소리를 내기까지는 10여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했다.
구 회장 입장에서 수십년 경영노하우를 가진 선배 LG맨들 앞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젊은 총수인 지금은 경영멘토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성장하는게 멀리뛰기에 좋을지 모른다.
이런 구 회장에게 권 부회장은 경영스승이자 조력자로서 부족함이 없다.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강산이 4번이나 변한다는 40여년 세월을 LG맨으로 살아왔다. 전자, 화학, 통신 등 그룹 주력 사업을 두루거치며 사업 전반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그룹내 CEO 중 가장 높다. 그 자신이 엔지니어이자 재무전문가이자 야전·작전 사령관을 해왔다.
특히 권 부회장의 경영자로서 책임감과 집념은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게 그룹 내부의 평이다. 50세 이전에 사장 타이틀을 따냈을만큼 무서운 책임감과 집념의 승부사 기질 또한 높다고 한다. 대규모 적자로 허덕이던 LG디스플레이를 흑자로 돌려논 것도, 배터리시장 1위의 LG화학을 이끈 것도, LG유플러스의 가입자 1300만명 시대를 달성한 것도 그의 책임감과 집념이 만든 결과물이다.
현재와 함께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고민해야하는 구 회장에겐 권 부회장과 같은 LG의 산증인이자 사업의 선봉자는 최고의 조력자인 셈. 경영안정화란 측면에서도 창업자 구인회 시대 이후 '구자경-구본무-구광모'로 이어지는 4대째 총수경영을 모두 경험한 그의 조력은 결과적으로 구 회장에게 더없는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구광모 회장 조력자로, CEO 선봉자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 시절 형제간 공동경영 형태를 유지해 왔다. 구본무 회장이 경영총괄을,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현 LG 고문)이 사업총괄을 맡는 식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창업자와 이어진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에도 구씨-허씨 일가의 공동경영은 이루어졌다. 삼성가처럼 1인 총수에게 집중된 총수중심 경영이라기보다는 서로돕는 조력의 경영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부터),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0.01.03 alwaysame@newspim.com |
권 부회장이 구 회장의 조력자로 CEO들의 선봉자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경영문화여서 가능하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화(人和)'의 경영철학은 구 회장이 조력자와 함께 앞으로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할 경영과제다.
권 부회장은 그룹의 부회장단 서열로는 두번째다. 차석용(67) LG생활건강 부회장 다음이다. 권 부회장에 이어 하현회(64)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63) LG화학 부회장 등의 순서다. 이는 그가 각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를 하든 아니든 지주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로서 각 계열사 CEO와 긴밀히 소통하며 구 회장의 미래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라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권 부회장은 삼성, SK 등 경쟁사 CEO들과도 두터운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경쟁관계이자 업계의 동반자로 오랜기간 함께 동락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구 회장의 한편에서 그가 LG를 대표해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업계 유대관계가 있어 가능하다. 젊은 총수의 신사업 구상과 4세경영 안착의 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와의 긴밀한 소통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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