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하루 동안에만 405조원 날아가
10년 호황 장세 종결되자 자산 급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사이 내로라하는 세계 갑부들의 자산은 거의 1조달러(약 1225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세계 500대 갑부들의 자산이 총 3310억달러(405조원) 날아가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가 생긴 지 8년 만에 최대 일일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억만장자들이 연초 이후 지금까지 손해를 본 금액은 9500억달러(1163조원) 규모로 늘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심상치 않은 확산세를 보이면서 이번 주 뉴욕증시는 자유낙하했고, 이로써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상승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 10년 호황 누리던 부호들 자산 빠르게 잠식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10년간 이어진 상승장과 저금리 덕분에 세계 갑부들의 자산은 6조1000억 달러 수준까지 불어났지만,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지난 나흘간의 폭락장은 이들의 자산을 빠르게 잠식했다.
금융시장 패닉에 망연자실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대비 2352.60포인트(9.99%) 폭락한 2만1200.62로 마감됐다. 지수는 하루 사이 22% 넘게 급락했던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한 셈이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260.74포인트(9.51%) 밀린 2480.64로 거래를 마쳐 다우지수를 따라 약세장에 발을 들였다. S&P500지수 역시 이날 하루 낙폭은 1987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750.25포인트(9.43%) 추락한 7201.80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폭락장 속에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연초 대비 이들의 총 순자산은 16% 증발했다.
도레인 자산운용 찰스 도레인 회장은 "현재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투자 세계에 전에 없던 새로운 변수인 보건 리스크가 등장해 엄청난 시장 공포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례없는 바이러스 공포에 슈퍼리치들도 전용기 수요를 늘리고 자선 이벤트를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등 두려움에 떨고 있다.
◆ '셰일 부자' 부호 리스트 탈락.. 카지노 제왕 재산 1/4 날아가
이날 폭락장으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리스트에도 변동이 생겼는데, 셰일 오일 붐을 타고 미국 내 굴지의 시추업체가 된 콘티넨털 리소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해럴드 햄은 유가 급락으로 자산의 절반이 날아가면서 리스트에서 밀려났다.
카지노 제왕으로 불리던 셸든 아델슨 라스베이거스샌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연초 이후 117억 달러의 손실을 입어 자산의 4분의 1이 날아갔다.
크루즈 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타를 입은 가운데, 주가가 23년래 최저치까지 밀린 카니발 회장 미키 아리슨은 억만장자 순위에서 6계단 하락했다.
이밖에 버나드 아놀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자산은 이날 하루 95억 달러 증발했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순 자산은 81억 달러가 줄었다.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총 53명의 억만장자가 지수 설립 이후 재산 순위가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이날 브라질 증시가 1992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한 탓에 길헤르메 벤키몰 XP 창립자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