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방식으로 자산 매각 및 차입 결정
유상증자 제외...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 유불리 변수 많아 부담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한 가운데 자금조달 방식으로 자산 매각 및 차입을 택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자체 유상증자 카드는 꺼내들지 않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물밑싸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진칼이 변수가 많은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모험을 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
◆ 한진칼, 매각·차입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한진칼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총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대한항공이 발행주식 20%를 우리 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유상증자 참여에 필요한 자금은 약 2400억원으로 부담이 줄었다.
다만 이 경우 지분율이 다소 하락하는 만큼, 한진칼은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에 주주배정 물량 이상을 청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약 3000억원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한진칼은 보유자산 매각 및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1412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진(23.62%) 진에어(60%) 정석기업(48.27%) 등 계열사 보유 지분과 정석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관계자는 "매각 및 차입 방안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별도의 이사회를 개최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강성부 KCGI 대표(가운데)와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20 dlsgur9757@newspim.com |
◆ 유상증자 양날의 검...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 부담
한진칼은 우선 관심을 모았던 유상증자 가능성을 배제했다. 굳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이후 3자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며 분쟁은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3자연합의 보유 지분이 조 회장 측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현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한진칼도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해왔다. 새로운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3자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조 회장과 우호세력들이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이 충분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더했다.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며 한진칼 주가가 오른 상황이며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악재도 겹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 속에 3자연합도 일찌감치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찬성하지만 제3자 배정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내용증명을 한진칼에 보냈다. 지분 추가 매입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한진칼 입장으로서는 어떤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현행법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가 금지돼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진칼이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3자연합에 다양한 공격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긴급 금융지원을 받은 것과 관련, "3자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고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상증자라는 경영권 분쟁의 뇌관을 건드리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경영권 분쟁의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유상증자의 장단점과 영향을 고려했을 때 우선 하지 않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이사회에서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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