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국가 재정건전성 우려에도 국채 인기
저금리·ECB 채권 매입 확대 전망에 매력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서고 있는 남유럽 국가 채권이 저금리 여건 속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과 침체 전망으로 재정 건전성 및 수요 부족 우려가 있는데도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남유럽 국채에 손을 뻗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탈리아는 은행들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딜을 주선하는 신디케이션 딜(syndication deal)을 통해 160억 유로(약 21조36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다음 날 스페인에서도 150억 달러의 10년 만기 국채 발행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남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계 은행 유니 크레딧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올해 추가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발행 규모도 30년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JP모건 체이스 앤 코의 키스 프라이스 프라이머리 국채 발행 책임자는 "투자자들의 반응은 매우 강했으며 이것은 시장이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로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5.19 mj72284@newspim.com |
남유럽 국채는 수요 부족이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에서 진행된 국채 발행이 모두 신디케이션 딜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국채 발행 기관이 수요 부족 사태를 우려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경제 부양에 나서고 있다. 유니 크레딧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지난해 135%에서 167%로 급증시킬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은 이탈리아 경제와 관련해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와 독일의 국채 금리 차는 2.3%포인트로 확대됐다.
부양책으로 급증한 국채 공급량에도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은 수급 우려를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7500억 유로의 새로운 채권매입프로그램을 개시했다.
프라이스 책임자는 "우리는 채권시장에서 놀라운 몇 주를 경험했다"면서 "그러나 부양책이 없었다면 그것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야누스 헨더슨의 앤드루 멀리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에 타격을 줄 엄청난 채권 물량이 있지만, 중앙은행의 매입 규모는 이를 억제할 것"이라면서 "투자자 대부분은 ECB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으로 보며 올해 2배나 그 이상으로 증가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은행의 '해외경제포커스'는 향후 유로 지역의 경제적 리스크 심화 가능성을 재정 및 금융 여건 측면에서 점검한 결과 낙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Baa3'로 유지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으며 피치는 'BBB'에서 투기 등급 바로 위 단계인 'BBB-'로 하향 조정했다.
WSJ은 수년간 지속한 저금리 여건 역시 투자자들이 이 같은 우려를 간과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이날 마이너스(-)0.540%, 같은 만기의 일본 국채 및 미 국채는 각각 -0.008%, 0.648%를 기록 중이다. 반면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1.669%, 같은 만기의 스페인 국채는 0.803%로 상대적으로 높다.
프라이스 책임자는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 여건에 있으며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수익률 탐색에 대한 것이 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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