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담당 편집자가 톰 카튼 상원의원의 칼럼을 게재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칼럼에는 백인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와 관련 정부는 군병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이날 "지난주 사설편집 과정에서 제임스 베넷 칼럼 담당 편집자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고 우리는 제임스 베넷이 더 이상 팀을 이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의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3일 NYT는 톰 카튼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이 쓴 칼럼을 게재했다. 카튼 의원은 글에서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 가운데 일부가 약탈 행위를 벌이고, 경찰에 맞서 폭력을 행사한 점을 꼬집어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는 다수와 악한 무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약탈을 자행하는 이들을 '폭도'라고 지칭했다.
더불어 이들에 맞서 거리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범법자들을 해산하고, 저지하려면 압도적인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폭동진압법'에 의거해 대통령에게 군(軍)을 동원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연방군 병력을 투입하라고 촉구한 셈이다.
칼럼이 실리자 NYT내부와 업계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NYT 기자들은 "이런 글을 게재하는 것은 뉴욕타임스 흑인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반발했다. 뉴욕 언론인노조도 성명을 내고 "카튼 의원이 쓴 글은 증오를 조장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며 "언론은 권력에 책임을 추궁해야지, 근거 없는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NYT는 칼럼이 실린 다음 날 밤 성명을 내고 "이 글이 신문에 실린 경위를 조사한 결과, NYT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칼럼이 게재됐음을 확인했다"며 "팩트체킹 조직을 확대하고 편집위원회 결정 과정을 수정해 장단기적으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베넷 편집자의 사임도 이 연장선 상에서 결정된 사안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톰 카튼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의 의사가 잘못 해석된 것 같다"며 "나는 군병력이 폭동 등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군병력 사용을 말한 것이지 시위대를 막기 위해 투입해야 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피니언 에디터의 사직은 바람직한 것"이라며 "뉴욕타임스를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한편 제임스 베넷은 지난 2월 미국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중도 하차한 콜로라도출신 상원의원 마이클 베넷의 동생이다.
톰 카튼 상원의원 트위터 [자료=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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