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굳힌 듯
"임기 채우고 싶어...대권 포기와는 별개"
당 내에서도 당권·대권 분리규정 공론화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오는 8월 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홍영표·우원식·김부겸 등 주자들이 '대(對) 이낙연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연결고리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는 대선 1년 전 물러나야 한다'는 당헌이다.
현재 여권에서 꼽히는 차기 대권주자는 단연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선거에서 보수 대권주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었고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총선 대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당대표에 출마, 당선된 이후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께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당대표가 오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에는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위원장이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에 대표직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이 내년 3월께 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친문재인계) 당권주자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주자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 전 의원이 다른 당권주자인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게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고인의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0.06.10 mironj19@newspim.com |
김부겸 전 의원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 의원을 만나) 당대표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대권 포기'와 관련해서는 "아직 국회 현안도 있고 대진표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대표가 되는 것이 대권을 포기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전 의원 역시 지난 총선기간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 역시 당권·대권 분리 당헌이라는 벽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당대표가 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고 임기를 모두 마치겠다고 언급한 것은 결국 홍영표 의원이 제안한 당권·대권 분리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유력 계파로 떠오른 '더좋은미래'도 당권·대권 분리에 힘을 싣고 있다. 더좋은미래는 10일 정례모임에서 전당대회가 사전 대선으로 흘러가는 국면에 우려를 표했다.
더좋은미래 대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례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위기 이후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전당대회가 과열돼 대권 논쟁으로 가면 애초 주제로 삼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당 내에서는 '이낙연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조기에 불 붙는 차기 대권구도에 대한 부담감이 흘러나온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대선 1년 전까지라도 대통령에 힘이 실려야 한다"며 "자칫하다 전당대회가 사전 대선처럼 치러진다면 대통령 레임덕도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불거졌을 때부터 대세론은 이미 굳어졌다"면서도 "현역 의원들로서도 새로운 부담이 생긴 국면"이라고 귀띔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권역별로 진행 중인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8일 창원 현장간담회 일정이 연기된 만큼 발표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은 조만간 여의도 모처에 캠프 사무실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당대표 임기를 채우겠다는 김부겸 전 의원 발언에 대한 질문에 "보도 이외에 아는 것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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