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비대면 진행될 경우 연 800만원 온라인 강의 들은 셈
전대넷 "등록금 반환 관련 법안, 계류 안 되고 적극 통과돼야"
학교 측 "코로나 재난, 학교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 하소연
[서울=뉴스핌] 김유림 김경민 이정화 기자 = 건국대학교가 최초로 비대면 강의에 따른 등록금 감면을 결정했지만 다른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상황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전가시키기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 측 입장이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일부 학생들은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어 등록금 반환을 둘러싼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세종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 또는 감면에 대해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은 대체로 1년 예산 계획이 잡힌 상황에서 회계상 이미 들어온 등록금을 반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비용이 더 들었다고도 토로했다.
모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서 지출도 정하고 1년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회계상 변동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애초에 들어온 등록금을 반환하는 경우는 없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가 처음이다 보니까 돈이 많이 들었고, 정산도 아직 되지 않았다"며 "한 학기 끝나고 총학생회와 다시 얘기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균관대는 등록금 환불 대신 3학점을 추가로 더 듣게 해주고 수강 인원도 늘려주는 방식으로 총학생회와 합의를 마쳤다. 경희대는 "등록금 환불과 관련해 학생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1학기를 마치고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남대, 대구한의대 등 경북 경산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2일, '교육부 항의 종주' 출발에 앞서 경산시청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교육당국의 대학가 대책 부실 등을 규탄하고 있다.[사진= 5개대학 총학생회장단]2020.06.02 nulcheon@newspim.com |
지난해 기준 이들 15개 대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을 살펴보면 건국대 812만원, 경희대 786만원, 고려대 827만원, 국민대 790만원, 동국대 789만원, 서강대 795만원, 서울대 601만원, 성균관대 837만원, 세종대 786만원, 숙명여대 802만원, 연세대 893만원, 이화여대 863만원, 중앙대 807만원, 한국외대 713만원, 한양대 846만원, 홍익대 832만원 등이었다. 1학기에 이어 2학기 역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다면 학생들은 800만원의 돈을 내고 1년 내내 온라인 강의만 들은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은 등록금 반환소송을 준비 중이다. 오는 26일 마감하는 소송인단 모집에 현재 서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전국 72개 대학 2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온라인 수업이 대면 강의에 비해 교육의 질이 낮을 뿐만 아니라 학교 시설물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만큼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생들 주장이다.
임지혜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겸 전대넷 의장은 "숙명여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총학생회 측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는데 학교 측은 회계 문제 등을 이유로 1학기 끝나고 논의해볼 수 있다는 식으로 회피했다"며 "그래서 학교 측과 더 대응하지 않고 전대넷을 통해 등록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에서는 200~300명의 학생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건국대 사례가 나왔지만 다른 대학교 대부분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피해가는 논리가 교육부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가 하고 있지 않아서 우리만 하기 어렵다고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좁혀지지 않는 이견에 대학과 학생들은 모두 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대넷은 "국회에는 3차 추경 예산안에 등록금 환불을 포함시키는 것을, 각 대학에는 자발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다"며 "최근에 미래통합당 및 더불어민주당 등 여러 정당에서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계류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통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사립대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가 재난의 상황이다. 코로나를 학교에서 불러일으킨 것도 아닌데, 학교에다가 물어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도 재난 속에 있는 거다. 교육당국 등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건국대는 1학기 등록금에 대한 환불을 2학기 등록금에서 감면해주는 방안을 결정했다. 오는 18일 개최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 측과 총학생회가 감면 규모를 최종 합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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