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 "현대건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우세한 조건 때문"
현대건설, 타사보다 대안설계 공사비 '저렴'…미분양 조건 '유리'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현대건설이 '사업비 7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해 단숨에 정비사업 실적 업계 1위에 등극했다.
21일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날 오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A홀에서 열린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조합원 총 2801표(서면동의자 포함) 중 1409표(50.3%)를 얻어 시공권을 따냈다.
경쟁사 대림산업은 결선투표에서 1258표(44.9%)를 획득해 현대건설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였다. GS건설은 1차 투표에서 497표 획득에 그쳐 최종 탈락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A홀에서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0.06.21. sungsoo@newspim.com |
◆ 현대건설, 한남3구역 수주로 정비사업 실적 '압도적 1위'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로 올해 국내 도시정비사업 실적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는 롯데건설(1조5887억원)에 이은 2위였지만 이번 총회로 순위가 역전된 것.
한남3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가 약 1조8880억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에 앞서 수주한 금액은 1조2130억원이다. 이번 수주로 올해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5387억원), GS건설(3287억원)을 큰 폭 웃도는 수치다.
대림산업, GS건설은 올해 정비사업에서 작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대림산업은 작년 총 9113억원 수주고를 올렸지만, 올해 현재까지는 5387억원을 수주해 작년의 60%에 머물러 있다.
GS건설은 작년에 약 1조7000억원을 수주해 업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을 수주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수주전에서 포스코건설에 패해 연초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 현대건설 vs 대림산업, 총회 직전까지 '비방전'…조합 경고조치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총회 전까지 상대 건설사가 과장 홍보를 했다고 주장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대림산업은 지난 16일 조합으로부터 대안설계로 제시한 '트위스트 타워'가 과장 홍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현대건설도 지난 9일 언론 보도 등 조합 지침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다. 현대건설이 언론사에 입찰 제안 내용을 공개한 것은 불공정 홍보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한남3구역 수주에 열을 올린 것은 사업장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한남3구역은 총 사업비 7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으로 꼽힌다. 또한 한강변을 마주해 서울 노른자위 입지로 꼽힌다. 총 5개 구역으로 나뉜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장 중에서도 면적이 가장 크고, 사업 속도도 가장 빠르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 규제로 정비사업 일감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사업성 높은 사업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 현대건설, 대안설계 공사비 '저렴'…대림산업보다 1500억원 낮아
조합원들은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것은 경쟁사보다 우세한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안설계 공사비, 상가 미분양, 이주비 및 사업비 대여조건 등에서 조합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는 것.
대안설계 기준 현대건설의 공사비는 3사 중 가장 낮다. 현대건설의 대안계획(설계변경) 공사비는 1조7377억원으로 대림산업(1조8880억원대)보다 1500억원 넘게 저렴하다. GS건설은 두 건설사와 달리 대안계획을 따로 내지 않아 사업수주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원안설계 공사비를 비교하면 대림산업(1조3864억원)이 3사 중 가장 낮다. 하지만 이는 최고가가 아니라서 본계약에 적용되지 않는 금액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은 건설사가 제안한 원안설계 및 대안설계의 최저가, 최고가 공사비 중 최고가로 본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대건설의 원안설계 공사비는 1조5580억원, GS건설은 1조6550억원이다. 3사 모두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1조8880억원)보다 원안설계 공사비가 낮다.
◆ 현대건설 "상가 미분양시 100% 변제" vs 대림산업 "분양책임 조합에"
현대건설은 상가 미분양, 이주비 및 사업비 대여조건에서도 대림산업보다 우세한 조건을 내세웠다. 3사의 입찰제안서 비교표에 따르면 현대건설, GS건설은 상업시설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최초 일반분양가 금액으로 100% 대물변제 해준다. 대물변제란 채무 대신 다른 재산을 제공해서 갚는다는 뜻이다.
반면 대림산업은 상업시설의 분양책임은 조합에 있다고 명시했다. 일부 조합원은 이 조항 때문에 대림산업이 시공사가 될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은 "왕십리뉴타운도 상업시설 분양이 잘 안 돼서 조합원들이 1000만원씩 떠안았다고 들었다"며 "한남3구역은 상업시설 면적 12만2100㎡(3만7000평), 금액 1조원 규모인데 미분양이 나면 조합원들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이주비 및 사업비 대여시 경쟁입찰을 통한 국내 최저금리를 적용하겠다고 제시했다. GS건설도 조합이 경쟁입찰로 선정한 금융기관 조건으로 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대림산업은 이주비 및 사업비 대여금리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1.5% 또는 조달시점 선정된 금융기관 금리 중 낮은 쪽을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한 조합원은 "대림산업이 시공사가 되면 추후에 조합원들이 추가부담금 1억5000억원을 더 내야 한다고 들었다"며 "대림산업의 공사비가 현대건설보다 비싼데다, 이주비 대출이나 상가 대물변제 조건도 상대적으로 조합에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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